농어업회의소 ‘회원 의무가입제’ 도입 주장 논란

입력 : 2017-09-06 00:00 수정 : 2017-09-06 09:08
최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치와 협치농정 실현과 농어업회의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농협·농촌진흥청 등 기존 농업기관과 역할 중복 차별성 갖출 대책 요구 높아

“농민·농업단체 목소리 모아 정책 반영할 기구로 만들어야”

대표성 확보 위한 의무가입제 “시대 역행하는 발상” 지적도
 


농어업회의소가 농협·농촌진흥청 등 기존 농업기관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농어업회의소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회원 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은 목소리는 국회 연구모임인 ‘농업과 행복한 미래(공동대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와 농어업정책포럼·한국농축산연합회가 최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자치와 협치농정 실현과 농어업회의소’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농어업회의소는 농업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구성된 농정 자문·건의 기구로 농민과 농업관련 단체 등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상공인들의 대의기구인 상공회의소와 유사한 개념이다. 2010년 강원 평창군, 전북 진안군, 전남 나주시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8개 시·군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농업기관과 역할이 중복돼 고유기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어업회의소가 아니더라도 이미 직능과 품목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농민단체가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의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농협·농업기술센터 등 기존 기관이 경제사업과 지도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회의소가 기술·경영 지도, 농지관리 등 농업 진흥업무를 담당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당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라 역할 중복 문제를 피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한 지역에서는 농어업회의소가 지자체로부터 학교급식 사업과 로컬푸드직매장 운영을 위탁받는 등 기능과역할의 중복은 물론 농정과 사업간 정체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어업회의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농어업회의소는 사업조직이 아니라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농정 결집기구”라며 “각 농민단체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제안을 하는 기구라면, 농어업회의소는 농업계가 한목소리로 정책에 참여하는 기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훈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도 “역할 중복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농어업회의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고유기능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농어업회의소의 대표성 확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가 인구수 대비 농어업회의소 회원 가입률은 10%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 지역농민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위상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농어업회의소 의무가입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 연구위원은 “농정 거버넌스(협치)의 핵심은 대표성”이라며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임의 조직과 구분되는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어업회의소 설립 취지와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의무가입제 추진에 대해서는 농업계의 의견이 갈린다. 농어업회의소 설립이 대선공약이고, 또 관련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입을 강제한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해서 회원 가입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과 농민단체간 이해관계를 좁히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상공회의소가 의무가입제로 출발했다지만 50~60년 전 시대와 상황이 다르고, 상공회의소 역시 2011년부터 부분 의무가입제로 변경했다”며 “대표성을 갖자고 회원 가입을 강제한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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