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가계부 ‘적자’… 배추·마늘 결산내역 들여다보니

입력 : 2014-06-30 00:00

배추 300평영농비 109만원…손에 들어온 돈은 108만원뿐
300평 마늘밭선 55만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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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하는 농산물 가격이 농가 가계부를 온통 ‘적자’로 물들이고 있다. 농사 지어 생산비를 건지는 것은 고사하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오르는 것은 생산비요, 느는 것은 빚과 한숨’이라는 자조 속에 농가들은 영농에 대한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정착해 18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A씨(45·충남 아산). 자신 소유의 밭 2640㎡(800평)와 임차한 밭 1만2210㎡(3700평), 논 2만3100㎡(7000평)에 배추·노지오이·가지·벼를 재배하면서 한우 11마리를 키우고 있다.

 A씨는 올 봄배추부터 쓴맛을 봤다. 990㎡(300평) 기준으로 봄배추 재배에 임차료 20만원, 농기계 사용료 19만원, 농약과 비료대 50만원, 모종값 8만원, 비닐과 활대 구입 12만원 등 총 109만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아주심기할 때 고용한 인건비와 자가노동비는 물론 별도다.

 그런데 배추가격이 떨어지면서 3.3㎡(1평)당 5000원씩 계약했던 것을 3600원으로 낮춰 108만원에 밭떼기 상인에게 넘겨 버렸다. 배추를 7590㎡(2300평) 재배해 828만원이 손에 들어왔지만 남는 것은 한푼없이 오히려 손해만 입었다.

 A씨는 요즘 4950㎡(1500평)에서 노지오이를 한창 수확 중이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오이를 아주심기 전에 990㎡당 임차료 20만원, 농기계 15만원, 퇴비·유박 등 밑거름 40만원, 비료와 농약 9만원을 썼다. 여기에 모종 2700개(개당 360원)에 97만2000원, 지주대·그물망·유인끈·집게 구입 등에 58만1000원이 소요됐다.

 수확을 앞두고 액비 48만원, 비료 22만원, 농약 50만원, 포장용 비닐봉지(1200개) 9만6000원이 또 들어갔다.

 인건비는 1인당 10만원씩 수확전 15일, 수확기간 60일이면 75일에 750만원. 여기에 기타 잡비용 40만원 정도를 고려하면 모두 1158만9000원이 들어간 셈이다.

 7월 수확이 끝날 때까지 1200봉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이 50개가 들어가는 한봉지 평균 경락가격을 7000원으로 잡을 때 소득은 840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죽어라 농사지었는데도 990㎡에서 310만원가량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A씨는 “아내와 아이 3명의 한달 생활비로 은행이자 150만원을 포함해 평균 4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그런데 상반기에 벌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만 봐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럼 고령농가는 어떨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갈수록 농사일이 힘에 부쳐 농사 규모를 줄이다 보니 내다 팔 농산물도 적고 그러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990㎡의 밭에 마늘을 심었던 B씨(73·충남 서산)는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쓴웃음만 지었다. 55만원 적자였기 때문이다.

 50접 종구 구입에 100만원, 농기계 사용료 3만원, 농약·비료값 23만5000원, 멀칭용 비닐값 4만5000원, 구 분리 및 선별·수확·건조·주대절단 등의 작업에 투입된 인력 15명의 비용 105만원(1인 7만원), 기타 잡비용 14만원 등 모두 250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B씨는 마늘 200접을 캐서 상품(15%) 2만원, 중품(50%) 1만5000원, 하품(35%) 5000원을 받아 195만원을 버는 데 그쳤다.

 또 후작으로 콩을 심을 예정인데 2012년 ㎏당 4500원이던 가격이 지난해 2500원으로 떨어졌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는 한우 35마리도 키우고 있지만 매달 사료 값 150만원에 볏짚 구입비(1롤당 5만원)를 고려하면 소를 팔아치우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마을도 대부분이 70대 후반이다. 땅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짓지만 소득은 쥐꼬리보다 못하니 어떻게 먹고 사나. 정말 어렵다. 요즘 농촌을 보면 농업기반이 붕괴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텐데….” 마늘농사 명세표를 뽑아 든 그는 더 이상 할말을 잃은 듯 그저 긴 한숨만 내쉬었다.

 아산·서산=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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