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결정 파장

입력 : 2016-08-01 00:00

연간 최대 2조3000억 피해 예상
원안강행땐 천막농성 등 집단행동 한우선물세트 타격…축산농 울상

인삼·화훼도 헌재결정 망연자실 결국 약자인 농민들만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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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 항의시위하는 축산인
 ■ 농업계 강력 반발

농업계는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헌재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한 7월28일 이후 농민단체는 거센 반발과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그간 숱하게 요구해온 금품대상에서의 농축산물 제외와 시행시기 연기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법 시행을 맞이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와 정부의 반응 및 움직임을 종합한다.



농산물 내수 위축으로 음식점까지 치명타

◆농민단체=농민단체들은 헌재의 합헌 결정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법 시행으로 연간 1조8000억~2조3000억원의 농축수산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수입 농축수산물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팽배해졌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7월28일 합헌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성명서를 발표하고 행동에 나섰다. 판결이 있던 날 농축산연합회이홍기 상임대표와 함태수 사무국장은 헌재를 찾았다. 이들은 비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김영란법을 적용한 5만원어치의 한우세트로 시위를 벌였다. 이 상임대표는 “합헌 결정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농축산물은 김영란법 품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면서 “조만간 강경책을 마련해 추가 대응에 돌입하겠다”고 저항의사를 표명했다. 농축산연합회는 국무총리실에 의견을 전달하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각 당대표와 원내대표에게 면담요청을 해둔 상태다. 또한 천막농성과 추가 집회 등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즉각적인 성명서 발표로 반발했다. 사과·배·한우·인삼 등 고급 농축산물 매출 급감은 물론, 음식점의 소비 위축까지 겹쳐 궁극적으로 농축산업 전반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진필 한농연 회장은 “이번 합헌 판결이 농업·농촌과 국가 식량주권 완전 붕괴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 시행이 원안대로 강행된다면 13만 한농연 회원과 300만 농민의 강력한 저항과 투쟁으로 화답하겠다”고 경고했다.



법 개정안 조속 처리 위해 지자체장 참여 호소

◆축산단체=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축산업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농협 한우사업조합장협의회와 전국한우협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각각 성명을 내고 금품수수 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산물을 제외해줄 것을 촉구했다.

농협 한우사업조합장협의회는 성명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축산업이 여러 차례 희생될 때에도 국익을 위해 인내해왔다”며 “살아남기 위해 품질고급화에 노력해온 우리 농축산인이 왜 이런 고초를 계속 겪어야 하는지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란법 시행에서 국내산 농축산물을 제외시켜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도 “국회에 계류중인 김영란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농가가 총력을 기울여 나가는 동시에 도지사·시장·군수들도 함께 참여토록 호소할 계획”이라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헌법소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단협도 “법이 시행되면 연간 2조3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돼 농장경영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강행할 경우 강력한 저항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식사 허용가액이 3만원으로 제한되면서 일선 축협에서 운영 중인 한우 정육식당 경영에도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석재 농협 한우사업조합장협의회장(충북 충주축협 조합장)은 “농축산물 중에서도 한우가 희생양이 되니 답답한 심정”이라면서 “한우 선물세트는 내년 설부터 본격적으로 소비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한우플라자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란법 사회적 영향 검토 안해 직무유기

◆인삼단체=홍삼 등 가공품의 명절 선물용 소비 비중이 큰 인삼업계는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삼업계에서 연간 4573억~5341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한국인삼협회는 7월26일 규제개혁위원회가 김영란법 시행령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자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인삼 4000억원 등 농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법의 사회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며 김영란법에서 인삼을 제외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마저 합헌 결정을 내리자 인삼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장은 “농민들이 입을 심각한 피해를 고려해 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규제품목에서 제외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헌재마저도 법 개정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결혼식·장례식 화환 수입용 꽃이 점령할 것

◆화훼단체=화훼업계도 충격에 싸이기는 마찬가지. 화환·난 등 경조사용 소비가 전체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훼업계는 헌재의 결정에 허탈감과 함께 분노를 나타냈다.

최근 경기침체와 화훼류 수입증가에 따른 소비부진과 경영비 증가 등으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들은 여기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 그나마 유지해온 시장마저 수입 꽃에게 내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화훼농가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결혼식·장례식에서 사용하는 3단 화환이나 승진 축하용 꽃까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꽃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이번 헌재의 판결은 화훼업계가 김영란법 개정을 위해 해온 노력을 무시당하는 느낌”이라며 “재판관들이 농업 등 피해업계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없이 법리적으로만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만든 법이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됐다”며 “업계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니 만큼 강력한 수위의 단체행동에 나서는 한편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연·김동욱·최문희·장재혁 기자 capa74@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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