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대책’ 농가경영 안정·해외조달체계 강화 병행을

입력 : 2022-11-25 00:00

농업·농촌의 길 2022

곡물자급률 제고만으로 ‘한계’

농산물 적정 값으로 공급 필요

‘지방소멸’ 인구 확대 방식 대신

주민 행복증진 관점 처방 시급

 

01010100501.20221125.001356829.02.jpg
23일 GS&J인스티튜트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한 ‘농업·농촌의 길 2022’에서 참석자들이 농업·농촌을 둘러싼 변화의 실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진 기자

농업·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식량위기’ ‘지방소멸’ 등 자극적인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과연 얼마나 큰 문제며 우리에게 어디까지 다가왔을까. 또 우리 농업·농촌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화의 소용돌이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는 문제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23일 마련됐다. GS&J인스티튜트가 ‘새로운 시대, 농업·농촌의 길’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한 ‘농업·농촌의 길 2022’다.


◆곡물자급률 중심 식량안보 정책 한계=최근 농업을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식량안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식량위기 국면에서 우리 정부는 ‘곡물자급률 제고’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곡물자급률 중심 식량안보 정책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옥수수만 해도 자급률을 현재 1%에서 10% 수준으로 올리는 데 국내 채소 전체 재배면적에 해당하는 20만㏊가 필요한데, 경지면적이 가뜩이나 적고 그나마도 해마다 비농업 목적으로 전용되는 우리나라에서 가능하겠느냐”면서 “더욱이 곡물자급률을 일부 올려도 나머지는 해외에 의존해야 해 곡물자급률 중심 식량안보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는 국민이 매일 먹는 곡물·과일·채소 등 ‘밥상 농산물’이 적정 가격으로 공급되는 체계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 급등락 진폭을 줄여 농가경영 위기를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곡물과 유지작물 등의 가격을 일부 보전하는 정책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농가경영 불안정 해소가 식량안보를 위한 평시 대책이라면 위험 상황에 대비해서는 비축 확대와 해외조달체계 강화를 제안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민간 창고를 활용해 비축을 확대하고 수출국과 곡물 스와핑(교차이용) 등을 체결하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 공익적 기능 정의 필요=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면서 불거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2020년 공익직불제가 도입되고 새 정부가 이를 더욱 확대하기로 하면서 불이 붙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분명하게 정의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떤 기능을 정부가 직접 보상해야 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공익적 기능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환경 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보조금은 농업 생산의 결과로 만들어진 긍정적 외부효과 가운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공공재공급기능’에 집중돼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지역 경관과 환경 보전’ ‘자연과 생물 다양성 보전’ ‘환경변화와 기후변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식량안보’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면 과잉생산 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봤고, ‘식품안전성’ ‘동물복지’도 생산자가 이런 활동에 대해 시장에서 이윤을 얻을 수 있어 별도의 보조금 지급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재형 농림축산식품부 공익직불정책과장은 “우리 농업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자가 시장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기능에만 직불금을 지급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지방소멸론’ 실체와 대응=지역문제의 대명사처럼 떠오른 ‘지방소멸론’은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한 지방소멸론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수도권 이외의 지방은 사라진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지방소멸론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10년 동안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매년 1조원(2022년은 7500억원)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자체에 연간 50∼100억원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은 일본의 ‘선택과 집중’식 처방을 따르는 우리나라의 지역정책 움직임을 경계했다. 일본은 효율성 논리를 내세워 ‘싹수 있는 지역’에 집중하는 정책을 구사했지만 인구가 도쿄에 몰리고 지방에선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박 고문은 “지방소멸론은 광역과 거점 개발 중심의 사고로, 지역 내 불균형을 초래하고 중소도시와 읍·면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행정구역 관점에서 인구 증가·감소 지역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했다. 같은 읍·면에도 급속히 쇠퇴하는 마을이 있는 반면, 귀농·귀촌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마을도 있어 지방을 둥쳐 ‘지방소멸’ 틀에 묶기 어렵다는 의미다. 박 고문은 “지역정책은 인구 늘리기 관점이 아니라 주민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누리고 기본적인 소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월 30만원씩 주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필요한 재원은 지역개발정책에 사용하는 예산을 조정해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양석훈·홍경진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