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문제는 문화야!] 마을명소 ‘백년가게’·한입음식 ‘골목문화’가 지역 살린다

입력 : 2022-11-25 00:00

[지방소멸, 문제는 문화야! - 4부] 문화관광 활성화 스페인-리오하를 가다

아로 지역 음식점 ‘테레테’

145년째 운영…주민 ‘사랑방’

와인도 직접 만들어 손님 북적

로그로뇨 지역 ‘타파스 거리’

각양각색 한입거리 요리 유명

다양한 문화공연도 열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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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리오하 아로 지역 ‘백년가게’ 테레테의 전경. 이곳은 145년에 걸쳐 6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왼쪽) 테레테에선 지역 향토음식인 ‘리오하식 양구이’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동그라미 안)

향토음식은 지역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먹거리가 발달한 마을에는 어느 곳이나 지역을 지켜주는 장승 같은 ‘백년가게’가 있다. 그래서 노포(老鋪)가 즐비한 마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추억이 담겨 있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리오하 아로의 백년가게 테레테, 그리고 로그로뇨의 타파스 거리 같은 곳의 지역문화가 어떻게 마을을 살리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자체 와인 있는 백년가게=아로에 서 동네 사람에게 어떤 음식점을 가야 하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테레테를 가리킨다. 테레테는 아로 지역에서 145년에 걸쳐 6대째 장사를 하는 향토음식점이다. 정해진 식사 때가 아니어도 다양한 연령대의 마을주민으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리오하식 양구이’다. 양다리에 당근·양파 같은 다양한 채소와 월계수잎·올리브유·소금을 넣어 냄비에 끓인 다음 양고기만 오븐에 구워 익힌 요리다. 겉은 훈제한 것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부드러운 양구이를 맛볼 수 있다. 곁들임 음식으론 ‘아티초크 스튜’가 있다. 이는 지중해에서 자라는 국화과 식물인데 여기에 여러 채소와 양념을 더해 삶아서 나온다.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이것만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 모두 지역산 농산물로 만든 요리다.

테레테엔 음식 말고도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하우스와인인 <비냐 크리스티나>다. 하우스와인은 우리식으로 따지면 집집이 빚는 가양주로, <비냐 크리스티나>는 테레테에서만 만드는 와인이다. 산미가 있고 균형감이 좋은 레드와인이라 양구이와 찰떡궁합이다. 가게 주인인 하이메 델 발씨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식당 지하로 안내했다.

가게의 긴 통로를 지나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비밀 와인창고가 나타난다. 터널 같은 와인창고에는 수십개의 오크통이 쭉 늘어져 있다. 이곳 역시 테레테의 역사적인 장소다. 먼지가 묻은 오크통과 손때에 반질반질해진 벽이 긴 세월을 짐작게 한다. 발씨는 최소 5년 이상 숙성한 와인만 내놓는다.

발씨에게 식당은 마을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곳이다. 심지어 이가 나간 그릇도 그대로 사용한다. 그는 “할아버지 요리법을 계승해 식당을 운영했던 것처럼 손님 역시 대를 이어 찾아온다”며 “고향 같은 식당이 있는 한 마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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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거리는 주민과 관광객들로 늘 북새통이다.

◆골목 안에서 피어난 지역문화=스페인은 와인과 함께 한입거리 음식인 ‘타파스’ 문화가 발달해 있다. 그중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까운 리오하로그로뇨는 스페인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타파스바(Bar)가 있는 지역이다. 로그로뇨는 골목 문화가 발달했다. 라우렐 골목, 어거스틴 골목엔 200개가 넘는 타파스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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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리오하 로그로뇨 타파스 거리에 있는 한 가게의 풍경. 스페인 햄 하몽이 벽에 걸려 있다.

가게마다 각양각색의 대표 타파스가 있다. 오전이면 신선한 지역산 식재료를 구해오는데 문어·새우·오징어·하몽(스페인햄)·채소 등으로 한접시 요리를 만든다.

대부분 유리 전시장에 타파스를 쌓아놓고 파는데 한 가게만 가는 게 아니라 3∼5곳의 가게를 돌면서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격도 1인분에 2∼4유로(3000∼6000원) 선이라서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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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엔젤의 ‘양송이 타파스’.(왼쪽 동그라미) 이곳은 한 메뉴로 60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바 엔젤’은 ‘양송이 타파스’ 한 메뉴로 무려 60년을 한자리에서 장사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철판에 양송이를 구워 바게트빵·새우와 함께 내놓는 요리로, 현지인들은 의자 없는 테이블에 팔만 걸쳐놓고 리오하산 와인과 곁들여 즐긴다. 바 엔젤 관계자는 “타파스 거리는 앞으로도 전세계인이 찾는 마을 대표 명소가 될 것”이라며 “지역산 재료를 바탕으로 한 레시피와 식문화를 뚝심 있게 지켜온 게 비결”이라고 했다.

또한 10∼11월 라우렐 골목에선 매주 일요일마다 다채로운 문화 공연도 펼쳐진다. ‘라우렐의 일요일’이라는 마을축제가 열리면 골목에서 무료로 타파스 1만2000개, 와인 4000가지를 제공한다. 오후 1∼4시 무렵 거리에선 매주 색다른 음악·시·연극·탱고 공연을 볼 수 있다. 다가오는 27일에는 오후 1시부터 길거리 연극, 오후 2시부터 로그로뇨 전통음악 공연을 볼 수 있다. 이땐 지역 상점도 발맞춰 할인 행사를 한다. 골목 안에서 어우러져 꽃핀 지역문화가 마을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아로·로그로뇨=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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