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산업단지 난립…“농지 잡아먹는 특례법 폐지해야”

입력 : 2022-09-26 00:00

2008년 허가절차 간소화

무분별한 산단 개발 조장

전국 곳곳 미분양률 높아

이미 조성된 단지 활용을

마을공동체·환경 파괴 등

농민·주민 생존권도 위협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농민신문DB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당마을 주민들은 202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평일에 매일 진천군청 앞에서 마을에 조성되는 산업단지를 막기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건 2018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이 산업단지의 추진계획에 따르면 농업진흥지역 농지 33.05㏊(10만평)를 포함한 이월면 일대 약 77.4㏊(23만4139평)가 산업단지 부지로 편입된다. 김기형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농지는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인데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마저 산업단지 부지로 내준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데도 군에서 산업단지 조성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국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농촌주민들의 반대에도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들어선 산업단지가 높은 미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과잉공급 상태인 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하는 것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단지가 무분별하게 들어설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산업단지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964년 첫 산업단지인 ‘한국수출국가산업단지’를 시작으로 2022년 6월 기준 1262개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이 가운데 42.9%(542개)가 2008년 이후에 생겼다. 산업단지 대다수는 읍·면 지역 즉 농촌지역에 집중돼 있다.

농본은 2008년 산업단지 조성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특례법)’을 급격한 산업단지 증가의 원인으로 꼬집는다. 이전까지만 해도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2∼4년이 걸렸다. 그런데 특례법으로 인허가 기간이 짧게는 6개월까지 단축됐다. 7개의 개별 위원회를 거쳐야 했던 심의단계를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산단심의위원회)’라는 하나의 위원회로 통합·축소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람과 설명회 횟수도 3회에서 1회로 줄였다.

문제는 산업단지가 급격히 들어서면서 미분양률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농본은 미분양률을 전체 분양대상면적 대비 미분양면적으로 정하고 계산했다. 시기별로 구분해보면 2008년 이후 추진된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이 급증했다. 2008년 이후 들어선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올 6월 기준 6.49%였다. 2008년 이전에 들어선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1.82%에 불과했다. 특히 민간사업자들이 주로 개발하는 일반산업단지 미분양률은 2018년 한해 62.6%에 달하기도 했다.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일반산업단지·도시첨단산업단지·농공단지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다만 정부의 경우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을 전체 분양공고면적 대비 미분양면적으로 계산한다. 농본은 정부가 규정한 미분양률 개념이 분양률을 높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전체 분양공고면적이 아닌 전체 분양대상면적을 기준으로 잡았다.

장정우 농본 정책팀장은 “지역에 따라 분양률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산업단지는 과잉공급 상태”라며 “2008년 이후 특례법이 도입되면서 미분양률도 급증했는데 특례법이 무분별한 산업단지 개발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단지면적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면 신규 개발이 아니라 이미 조성한 단지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특례법은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 절차적인 하자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례법 제정에 따라 중책을 맡게 된 산단심의위원회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 때문이다. 농본이 충남도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충남도 산단심의위원회는 2008∼2021년 상정안건 166건 가운데 겨우 2건만 부결시켰다. 산업단지 심의를 위해 각 시·도는 시·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방산단심의위원회를 둔다.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한 규정도 문제다. 이전에는 개발계획·환경영향평가·교통영향평가 등에 대해 각각 개별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지만 특례법은 이를 한번에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저도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설명회에 불참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일간신문과 지방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사업에 대해 설명하면 주민설명회를 대체할 수 있다.

이에 특례법 폐지를 통해 농촌지역에 급증하는 산업단지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산업단지는 낮은 가격의 토지보상가, 마을공동체 파괴 등 농촌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대량의 농지전용으로 농지보전 측면에도 악영향을 준다. 더군다나 산업단지는 최근 산업폐기물매립장과 패키지로 농촌에 들어서면서 각종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장 팀장은 “산업단지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때”라며 “제도적으로는 산업단지 조성을 부추기는 특례법을 폐지하고 농업진흥지역이 큰 규모로 포함된 대규모 개발사업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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