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축산물 검역장벽 낮아져…농업계 ‘비상등’

입력 : 2022-08-05 00:00

수많은 자유무역협정 통해

상품관세는 대부분 사라져

전세계 SPS제도 강화 추세

지역화 인정사례 계속 늘어

“검역역량 강화 등 대책 시급”

 

농민신문DB.

한국 농업을 보호하고 있는 검역장벽의 빗장을 풀려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서 농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검역을 통해 수입을 막아왔던 외국산 사과와 배가 우리 식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통상전문가들은 최근 농업통상 현안이 관세 양허(인하·철폐)에서 동식물 위생·검역(SPS)으로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SPS의 과학화’ ‘SPS의 현대화’ ‘SPS의 투명성 제고’ 등 표현방식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SPS 제도가 농축산물 무역의 비관세장벽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농축산물 순수입국에는 불리하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각국이 체결한 수많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상품 관세는 대부분 철폐되면서 이제 관세보다는 수입통관 과정에 적용되는 규제나 규범이 농축산물 시장접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세계무역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은 상품 관세 철폐로 오히려 인도, 중남미 국가 등에 자국 시장을 내줬다고 판단하면서 관세 철폐보다는 SPS,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 등 수입통관과 관련된 제도와 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각종 국제조약에서도 나타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가입 의사를 밝혀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대표적이다. 일본을 제외하면 회원국 모두 농축산물 순수출국인 CPTPP는 관세 양허를 다루면서도 지금까지의 FTA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강화된 SPS 규정을 담고 있다. 올 5월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관세 양허를 아예 다루지 않는 대신 SPS를 핵심 주제로 내세운다.

WTO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제12차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농업협상의 오랜 쟁점이었던 보조금 감축 등에는 의견을 좁히지 못한 반면 SPS 현대화를 위한 각료선언은 채택했다.

최근 들어 축산물의 ‘지역화’ 인정 사례가 늘어나는 점도 농업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역화란 가축질병과 병해충 등의 발생범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 돼지고기 지역화를 인정하면 독일 특정 주(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도 비발생지역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는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미국산 가금육의 지역화를 인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EU산 가금류·돼지고기에 대한 지역화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올 3월 수출국에 지역화보다 더 유리한 ‘구획화’ 개념을 도입했다. 지역화가 가축질병의 발생범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좁혔다면 구획화는 그 범위를 축산물을 생산하는 일련의 계통(농장·도축장·가공장)으로 더 줄인 제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WTO SPS 협정의 한 조항으로 규정돼 있는 지역화를 상대국이 거세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이를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며 “지역화를 거부해 통상마찰을 겪는 것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상대국 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지역화를 우리 농축산물 수출에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검역역량을 강화하는 등 대응방안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서 연구위원은 “검역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학과 다양한 형태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검역당국이 세계 각국의 검역관들과 교류하면서 네트워크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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