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수입액 최고 찍었는데…‘FTA 직불제’ 발동 안했다

입력 : 2022-07-06 00:00

올해 지원대상 선정 품목 ‘전무’

요건 까다로워 실질 도움 안돼

동일품목 재배농가 피해만 인정

제도손질 전제 일몰기한 연장을

 

올해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이하 FTA 직불금) 지원 대상에 선정된 농축산물이 단 한 품목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FTA 폐업지원제가 일몰기한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FTA 직접피해 대책인 FTA 직불제마저 발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올해 FTA에 따른 피해를 직접 보전받는 농민은 ‘0명’이 됐다. FTA 직불제는 FTA 체결에 따른 농산물 수입 증가로 국내산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가격 하락분의 일부를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22년도 FTA 직불금 지원 대상 품목을 검토한 결과 선정 요건에 부합하는 품목이 없다고 밝혔다. FTA 직불제 사업지침에 따른 모니터링 품목 42개와 농민들이 신청한 품목 52개 등 총 94개 품목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FTA 직불제는 지나치게 엄격한 발동요건 탓에 도입 이후 줄곧 도마 위에 올랐으며, 2013년 이후 FTA 직불금 지원 대상 품목이 하나도 없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농업계는 지난해 농축산물 수입액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FTA에 따른 농업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이번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한해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농식품 수입액은 350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전년도 290억3000만달러에서 20.8%나 늘어난 금액이다. 쇠고기 한 품목만 해도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년 대비 11.5% 증가하면서 전체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업 강대국과의 FTA 체결과 이행으로 농축산물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되면서 농가 피해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그런데 농가 피해를 일부나마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FTA 직불제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발동 요건 탓에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FTA 직불제는 2005년 시행 직후부터 농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제도 자체가 처음부터 FTA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를 매우 보수적으로 인정하게끔 설계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FTA 직불금을 받으려면 ▲전체 수입량이 평년치보다 많을 것(전체 수입량 요건) ▲FTA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평년치보다 많을 것(개별국 수입량 요건) ▲국내산 가격이 평년치의 90% 아래로 떨어질 것(국내산 가격 요건) 등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FTA 체결로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난 농산물이 다른 국내산 품목 수요를 대체하는 간접 피해는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올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으로 동남아시아산 열대과일 수입이 급증하면 생산·수입 시기가 겹치는 국산 수박이나 참외·토마토 등 과채류는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FTA 직불금은 동일한 열대과일 품목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만 피해 대상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이마저도 2025년이 지나면 종료된다는 점이다. 올해는 지원 대상 검토가 끝난 만큼 이제 3년 남은 셈이다. 농민단체와 학계에선 FTA 직불금의 일몰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예 FTA 직불제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한·칠레를 시작으로 다수의 FTA가 체결되면서 이제는 수입 축산물이 국산 쌀 소비를 대체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처럼 수입 농축산물의 영향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동태적이어서 제도를 조금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처럼 농산물가격이 떨어졌을 때 이를 정부가 일부 보전해주는 제도를 FTA 보완대책 차원에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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