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 기부상한 없애 ‘활성화’…자립도 낮은 지자체 한정 ‘재정 형평화’

입력 : 2021-11-26 00:00
01010100301.20211126.001321165.02.jpg
2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민관 합동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희철 기자

‘고향세 성공방안을 논하다’ 민관 합동 토론회

시범사업 통해 정책 효과 살펴 초기 시행착오·혼란 최소화를

부작용 우려로 인센티브 훼손 기부 독려 위한 유인책 급선무

여건 좋은 대도시에 쏠릴 수도 소멸위험·낙후지역으로 제한을

세액공제 혜택 확대 등도 필요

 

2023년 도입을 앞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에 농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격 시행을 1년여 앞둔 가운데 고향세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논의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내 고향 내가 살리는 고향사랑기부제 성공방안을 논하다’를 주제로 2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민관 합동 토론회에서도 고향세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토론회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주관했다.


◆고향세 도입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는=고향세는 중앙정부의 하향식 지원에 의존하는 지방재정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 교부금만 바라보는 천수답식 재정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고향세 안착·성공을 위해 제도 장점을 살리면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에 대응하는 연착륙 방안을 주문했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고향세는 지방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하는 제도지만 개인 기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책 효과를 추정할 수 있는 파일럿 테스트 시범사업으로 초기의 시행착오와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세수 하위권 지역과 출향민수 상위권 지역 등을 선정해 기부금의 유입과 쓰임새 등을 충분히 살피자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선 고향납세 도입 초기인 2009년 재정자립도가 높은 대도시와 수도권에 기부금이 집중되는 ‘역류 현상’으로 혼란이 일기도 했다.

염 교수는 기부 흐름의 양적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기부상한 확대 ▲세액공제율 상향 ▲답례품 한도 증액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민관이 협력하는 전문 연구회를 설립해 정기적 보고서 발간, 지속적 통계 갱신, 정책조정 방향 제시 등의 역할을 부여하면 고향세의 성공적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역발전 정책과 연계한 기부금 모집도 강조했다. 신두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재정실장은 “기부자가 고향·지역에 방문할 수 있도록 농업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전략이 필요하다”며 “답례품은 고가가 아니더라도 기부자가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품목을 선정·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지역특산품 등을 제공하도록 한 고향세 답례품과 관련해 일본의 ‘지장산품(地場産品) 기준’도 소개했다. 일본은 단일 시정촌(우리나라의 시·군·구)에서 생산한 품목을 답례품의 원칙으로 삼지만, 주변 시정촌과 공통의 답례품을 취급하거나 광역단체인 현(縣)이 지역자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품목을 시정촌이 각각 답례품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고향세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참석자들은 고향세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기부를 독려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현 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소장은 “고향세법 제6·7·8조를 보면 모금 강요 금지, 개인별 기부한도 설정 등 부작용을 방지하는 다양한 법적 장치가 있다”면서 “부작용을 너무 우려하다보니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고향세를 활성화할 인센티브 기제는 훼손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홍성열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장(충북 증평군수)은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된 개인 기부한도를 과감하게 폐지해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지지부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예시로 들며 “제도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활성화”라며 “자발적 기부를 어떻게 독려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고향세가 지방재정 형평화에 기여하려면 기부 대상 지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경진 <농민신문> 차장은 “재정자립도가 일정 수준 이하인 지자체만 기부금 모금을 허용하거나,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대한 기부금 공제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든 기초·광역 지자체가 기부금을 접수할 수 있게 열려 있어 대도시 등 여건 좋은 지자체에 기부금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격차 완화를 위해 설계된 고향세가 또 다른 지역 격차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 소장도 “도시로 기부금이 쏠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역소멸 우려 지역이나 낙후지역에 한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엔 기부금 납부가 막혀 있는데, 출향해서도 애향심으로 고향에 주소를 두는 이가 많다”면서 “거주지역에 고향세를 납부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행안부 지역발전정책관은 “세액공제 혜택 확대, 기부 상한선 인상 등에 대해 정부도 공감한다”면서 “추후 제도 시행 이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금 납부, 답례품 선택, 세액공제가 원스톱으로 처리되는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지자체와 기부자 모두 편리하게 고향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