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향세] 기부액 7조원 육박 ‘성공 정착’…농촌 지자체 회생 ‘균형 발전’

입력 : 2021-10-20 00:00

일본 고향세, 도입부터 현재까지

정부·의회 주도 2008년 도입

지자체간 ‘답례품 과열 경쟁’ 가액 상한 마련으로 문제 해결

고향세 원스톱 특례제도 시행 기부자 세액공제받기도 수월

운영시스템 진화…참여 급증 지방 활성화·농식품 소비 증가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뒤 고향세의 원조인 일본에 주목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일본은 지방소멸과 농촌 고령화 등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세(후루사토 납세) 제도를 도입했다. 답례품 과열 경쟁 등 각종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지난해 고향세 기부액이 7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고향세, 어떻게 도입됐나=일본의 고향세 논의는 한 신문의 칼럼을 통해 점화됐다. 2006년 <일본경제신문>의 ‘지방을 다시 보는 고향세안’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정치인 등을 통해 거론되며 고향세 논의가 활발해졌다.

특히 당시 후쿠이현 지사(知事)였던 니시카와 가즈미씨 등이 논의를 활발하게 이끌어갔다. 고향세를 통해 세수가 감소하고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지방자치단체가 회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07년 6월 총무성은 ‘고향세 연구회’를 설치해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당시 총무상(총무성 장관)은 얼마 전 사임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다. 그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부터 논의해온 중요한 문제”라며 고향세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일부 대도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반대하거나 신중론이 제기됐으나, 중앙정부와 의회가 대부분 찬성하며 고향세 법안이 빠르게 통과됐다. 고향세 제도가 시행된 것은 지방세법 등이 개정된 직후인 2008년 5월부터다.
 

◆일본의 고향세 시스템=고향세라고 흔히 부르기 때문에 세금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고향세는 어디까지나 기부금이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나 인연 있는 지역,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 등을 골라 기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기부액에서 일정 금액(2000엔)을 제외한 금액을 세액에서 공제해주기에 실질적으로 주민세를 다른 지자체에 내는 효과가 있어 세금처럼 여겨진다.

기부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일본의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기부를 하고 싶은 곳을 고른다. 여러 곳이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얼마를 기부할 것인지 정해 ‘후루사토 초이스’나 ‘사토후루’와 같은 고향세 납부 종합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기부를 한다.

이때 답례품을 함께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답례품은 반드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대부분의 농산어촌 지자체들은 농축수산물을 답례품으로 활용한다.

고향세 제도가 만들어질 땐 답례품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었던 탓에 지자체간 답례품 과열 경쟁이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2019년부터는 답례품 가액의 상한을 기부액의 30%로 제한하고 있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기부금의 일부를 답례품을 보내는 농가에 지급하고, 농가는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발송한다.

세액공제를 받는 방법도 수월해졌다. 이전엔 공제를 받기 위해 기부자가 직접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에 확정신고를 해야 했지만, 2015년 ‘고향세 원스톱 특례제도’가 생겨 확정신고 불요 급여소득자(연수입 2000만엔 이하의 급여생활자 또는 연수입 400만엔 이하의 연금수급자 등)가 5개 이하의 지자체에 기부하는 고향세에 대해선 확정신고를 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늘어나는 고향세 기부액…제도 정착=운영시스템이 점차 진화하고 안정화되자 일본의 고향세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08년엔 72억5995만엔(약 753억원)이었던 기부금이 10년 뒤인 2018년엔 5127억633만엔(약 5조3232억원)으로 70배나 늘어났다.

2019년엔 답례품 가액 상한 조정의 영향으로 기부액수가 약간 줄어들었으나 지난해엔 전년 대비 38% 성장을 이뤄 6724억8955만엔(약 6조9821억원)을 기록했다.

고향세 기부금액의 지속 성장은 ▲원스톱 특례제도 등 시스템의 빠른 정비 ▲답례품에 대한 기부자들의 호응 ▲고향세 제도를 이용한 재난·재해 등 피해 발생지역에 대한 ‘응원 소비’ 정착 등이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고향세 제도가 안착하며 새로운 시도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로컬푸드판매장에서 고향세를 기부하고 바로 답례품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나 고향세 납부 자판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村)은 최근 지역 내 한 미치노에키(일본의 도로 위 휴게소로 대표적인 로컬푸드판매장)에 고향세 기부 수속과 답례품 수령이 가능한 자판기를 설치했다. 면허증 등 개인정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스캔하면 그 자리에서 고향세를 기부하고,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역균형발전에 기여…농식품 소비에도 효과=일본 내에서 고향세 제도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특산품을 재배·판매하면서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농민들과 해당 지자체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고향세로 세수가 늘어난 지자체가 주민들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를 정비하거나, 답례품 생산자들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고용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기부자가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2017년부터 고향세를 기부할 때 용도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의료·귀농 지원 등 어떤 분야에 사용하면 좋겠는지 ‘용처’를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과 농축수산업 활성화, 지역관광객 증가 등의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무성이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고향세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답례품(중복응답) 역시 지역산 농특산품(77.1%), 명품 쌀(59.3%), 축산물(49.9%), 전통공예품(39.2%), 수산물(36.3%), 농촌체험·지역축제(15%) 순으로 나타났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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