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이 물가상승 주도?…도시가구 1000원 쓸 때 겨우 65원

입력 : 2021-10-15 00:00

[한걸음 더] 농산물 가격과 물가상승에 대한 오해와 이해

 

매월초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면 농산물 가격이 늘 언급된다. 특히 물가가 오를 경우 언론은 일부 농산물의 가격 상승률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농산물이 마치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농산물의 특성과 물가지수 작성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오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가격 등락이 반복되고,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주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농산물은 구매 빈도가 잦아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많이 오른 것처럼 체감된다. 농산물과 물가지수에 대한 오해를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가격 등락 빈번한 이유

수확기따라 값 차이 크고 자연재해에 큰 영향 받아

공산품처럼 바로 생산 못해

 

농산물과 물가의 관계

쌀 소비 감소 등 소비 변화 농산물 비중 65로 낮아져

공업제품 333·서비스 552 석유·에너지 물가상승 주도

 

농산물 가격 특성 인식 필요

가격 하락시점 기준 삼으면 기저효과로 상승폭 커 보여

품목 가중치 고려해 설명을

 

Q 농산물 가격은 왜 등락을 반복하는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연중 일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수확기에는 공급이 집중돼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비수확기에는 공급이 줄어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농작물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태풍·우박·가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갑자기 가격이 상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은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비탄력적인 특성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농산물 공급은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만, 반대로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바로 생산·공급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아울러 가격이 상승했을 때 이전에 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점을 비교시점으로 삼으면 마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Q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산물 비중이 높은가?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소비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대표적인 품목들의 가격 변동을 가중평균해 만든다. 가구에서 구입 비중이 높은 품목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많이 상승하고, 구입 비중이 낮은 품목은 가격이 올라도 지수의 상승폭은 낮다. 통계청은 대표적인 460개 품목(농산물은 59개 품목)의 가중치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월평균 소비액에서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1000분비로 나타낸다.

1990년만 해도 농산물(축산물 포함)의 가중치가 162였기 때문에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도시가구가 월평균 1000원을 지출했을 때 농산물 구입에 162원을 썼다는 의미다. 그래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사회적 이슈로 자주 보도됐고, 농산물 가격안정이 곧 물가안정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소비구조의 변화로 2017년 기준 농산물 가중치는 65.4로 매우 감소했다. 한 가구가 월 1000원을 지출할 때 농산물 구입비용은 65.4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과거 보도방식의 답습이다. 반면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333.1, 서비스·기타의 가중치는 551.5로 농산물에 비해 매우 높다.


Q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많이 오르는가?

농산물 전체 가중치(65.4)는 개별 농산물 품목 가중치의 합이다. 농산물을 품목별로 보면 가중치는 더욱 낮아진다. 흔히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쌀은 4.3에 불과하다. 배추는 1.5, 무는 0.8, 양파는 1.0, 마늘은 1.4, 닭고기는 1.5, 달걀은 2.6 수준이다.

반면 공업제품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중치는 각각 23.4, 13.8이다. 서비스 이용료 중 하나인 월세는 44.8, 휴대전화료는 36.1, 중학생 학원비는 15.9, 미용료는 8.6 등으로 농산물에 비해 가중치가 매우 크다. 예컨대 도시가구가 월평균 1000원을 지출할 경우 쌀 구입에는 4.3원을 쓰는 반면 휴대전화 통신비에 36.1원을 쓴다는 의미다.

농산물의 가중치가 낮다는 것은 공업제품, 서비스 이용료 등과 비교해 농산물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가계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발표된 2021년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48% 상승했는데, 농산물 가격 때문에 전체 물가가 오른 부분은 0.32%포인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2.16%포인트의 대부분은 공업제품 1.09%포인트, 서비스 1.06%포인트의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


Q 소비자물가지수만이 물가를 반영하는가?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와 두가지의 근원물가지수를 함께 공표하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는 일시적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지수다.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물가 추세를 나타낸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407개 품목의 지수를 산출한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로서 농산물보다 폭넓은 식료품, 석유류보다 폭넓은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317개 품목의 물가를 측정한다.

물가상승의 정확한 원인과 추세를 파악하려면 가격 등락폭이 심한 품목들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물가지수를 비교해 보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물가지수의 상승률 차이는 물가지수에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와 에너지 품목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범이 아니다.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률만 보고 농산물이 물가상승을 이끌었다고 보는 시각은 물가지수와 농산물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의 비중이 작으므로 농산물의 가격이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도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물의 특성과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공산품과 다른 농산물 가격의 특성과 물가지수의 산정방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이를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농산물 가격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 공표 및 보도방식의 개선이 요구된다. 해당 품목별 가중치 및 전체 물가상승에 미치는 기여도를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별 품목의 등락률을 인용할 경우 전월 또는 전년도의 기저효과를 고려해 인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농산물 가격 상승이 다른 제품으로의 파급효과를 가진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 자체의 문제는 아니며 무엇보다 가격 등락이 빈번한 농산물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상덕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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