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위한 ‘농산물가공법’ 어디 없나

입력 : 2021-08-04 00:00

현행 식품위생법 지키려면 시설구비 등 비용 부담 상당 

미국 ‘소농식품법’ 참고할 만

 

소규모 농가만을 위한 농산물 가공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농들이 현행법에 맞춰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려면 비용 부담이 상당해 사실상 가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위생법상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려는 자는 누구나 법이 규정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도 필수다. 하지만 농가들은 이에 맞춰 시설을 구비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 농산물종합가공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이마저도 원물이 일정량 이상이 돼야 사용할 수 있어 소규모 생산자는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농산물 가공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다수가 ‘시설 구비’를 꼽았다고 밝혔다. 전여농은 “개별 농가에서 법이 규정한 시설을 마련하기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생산량이 많아 일시적으로 가공을 할 때도, 본격적으로 가공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가공할 원물이 많지 않아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이용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했다.

그나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나 규칙을 통해 농가 가공시설 기준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만 상위법과 충돌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윤병선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상위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지자체 조례를 통해 농민들의 소규모 가공·판매를 활성화하는 것은 제약 요인이 많다”며 “관련 조례를 두지 않는 지자체는 상위법과의 충돌을 이유로 조례 제정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농가들이 일정 규모 이하 작업장에서 지역농산물을 가공·판매할 때 적용할 법안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잎밥·당근주스 등 농가단위에서 원료부터 직접 생산하는 가공품에는 식품위생법을 대체하는 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농식품법(Cottage Food Law)’이 좋은 예다. 미국은 현재 49개 주(州)가 소농식품법을 제정해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한 식품을 제외하고는 농가들이 자유롭게 식품을 제조·가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신 식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판매액 상한을 두고 있다. 판매액 상한선은 주마다 다르다. 농가당 연간 판매액을 미네소타주는 1만8000달러(약 2072만원), 캘리포니아주는 5만달러(약 5758만원)로 정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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