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판 청탁금지법 철회 가닥

입력 : 2021-08-04 00:00 수정 : 2021-08-05 01:11

농업계, 일단 안도의 한숨

명절 농축산물 선물가액 상향 시행령 개정은 계속 지지부진

농민단체, 정례화 강력 촉구

 

급한 불 하나는 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민간에 적용하는 선물 가이드라인인 ‘청렴 선물권고안’의 제정 방침을 철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계는 농축산물 선물가액 상향을 위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대목인 명절만이라도 농축산물 선물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농업계와 국민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등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권익위는 청렴 선물권고안 시행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권고안은 민간도 청탁금지법 수준으로 선물 등을 주고받을 것을 권고하는 일종의 선물 가이드라인이다. 당초 권익위는 13일 열리는 청렴사회민관협의회에 해당 권고안 도입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그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한다는 계획이었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지나친 선물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확산시켜 청렴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민간의 선물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며, 특히 권고안이 도입되면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로 많이 활용되는 국산 농축산물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권익위가 방향을 선회하면서 하마터면 날벼락을 맞을 뻔한 농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추석이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농축산물 선물가액 인상을 위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이 군불도 못 때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대목인 명절만이라도 선물가액을 높여 거세지는 수입 농산물 공세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위축이라는 겹시름을 앓는 농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농가와 유통가의 선물세트 준비시간 등을 고려하면 13일 청렴사회민간협의회가 마지노선”이라고 전했다. 이날 선물가액 상향이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선물가액이 상향되더라도 그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농업계는 선물가액 인상 결정이 하루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가기로 했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회장 박철선·충북원예농협 조합장)는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올 추석 선물가액을 상향하고 향후 이를 정례화할 것을 권익위에 강력히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박철선 회장은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수입 농산물 범람과 소비자 기호 변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우리 농가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사과는 48%, 배는 60%가량이 명절에 소비되는 만큼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과수 등 국산 농산물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단체도 선물가액 상향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가 커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등에 적극적으로 농업계 목소리를 전한다는 구상이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청탁금지법 개정은 별도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도 국산 농축산물 소비를 늘리고 선물 교환을 활성화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이런 필요성을 지속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집행위원장도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농업계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개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농축산물 선물가액을 설·추석 등엔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은 명절 기간에 농축산물 등을 선물로 제공할 때 가액 범위를 별도로 정하게 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평상시는 기존 선물가액 준수가 요구되지만 명절 기간은 특수성을 고려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며 “이런 내용을 반영한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석훈·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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