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빈집 줄일 묘수 ‘세제 지원’…철거 땐 재산세 감면을

입력 : 2021-06-16 00:00

국토연구원 “양도세 혜택 등 인센티브 부여 합리적” 주장

일본, 특정빈집 과세특례 제외 영국, 유휴기간 길수록 중과세

 

농촌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빈집 관련 세제를 개편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빈집 관리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빈집을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농촌 빈집은 ‘농어촌정비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빈집 조사를 시행하고 빈집정비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빈집을 ‘특정 빈집’으로 지정해 빈집 소유자에게 철거·개축·수리 등의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은 지자체 책임만 열거할 뿐, 빈집 소유자에게 지자체의 행정조치를 따르게 할 수단은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민간이 자발적인 빈집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는데, 국토연구원은 그 방안으로 ‘빈집 세제’를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빈집 관리와 철거를 유인하기 위한 일관된 세제 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오히려 조세제도상 자발적 빈집 정비를 가로막는 부분이 있다. 일례로 현행 제도상 빈집은 철거하는 것보다 내버려둘 때 재산세가 더 적게 부과된다. 빈집을 철거하면 재산세 과세 대상이 ‘주택’에서 ‘토지’로 바뀌는데, 토지 세율이 주택 세율보다 두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44년 지어진 한 노후 농촌주택에 대해 2020년 실제 부과된 재산세는 2만8940원이었는데, 만약 이 주택을 철거하면 7만6800원으로 약 2.5배나 높아진다.

반면 해외에선 빈집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찍부터 빈집 세제를 도입해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해외 빈집 조세제도 사례와 국내 적용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빈집 세제로 ▲특정 빈집의 과세특례 적용 제외 ▲빈집 상속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마련했다. 일본의 경우 주택이 있는 토지는 재산세를 감면해주는데, 특정 빈집으로 지정되면 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 고령자 사망 이후 주택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속받은 후 3년 이내에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준다.

빈집에 중과세를 부과해 빈집 관리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은 2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지방세를 50%까지 추가 부과할 수 있는 ‘빈집 프리미엄’ 제도를 2013년 도입했다. 이어 2018년에는 유휴 기간에 따라 차등 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유휴 기간이 2∼5년인 빈집은 최대 100%, 5년 이상은 최대 200%, 10년 이상은 최대 300%까지 중과세할 수 있다.

캐나다 밴쿠버는 연간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거용 부동산에 부과하는 ‘빈집세’를 2016년 신설했다. 소유자는 신고 기간에 부동산 상태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당국은 이를 근거로 빈집세를 부과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빈집 소유자·상속자가 빈집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으로 조세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농촌 빈집에 대해선 주택이 아닌 토지를 대상으로 과세해 소유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촌 빈집은 노후화로 철거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빈집은 사실상 주택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발적으로 빈집을 철거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재산세를 감면해 노후·불량 빈집의 철거를 유도하자고 제안했다.

또 빈집의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령자 사망 후 발생할 수 있는 빈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일본 내 빈집의 35.2%가 소유자 사망으로 발생했다.

이다예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국·캐나다의 사례처럼) 재산세 중과세도 좋은 방안이지만 철거가 필요할 정도로 낙후한 농촌 빈집은 소유자가 고령자거나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아 소유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재산세 부과 구조를 합리화하거나 (철거·매각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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