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파업 장기화에 농가 ‘비명’ 커진다

입력 : 2021-06-16 00:00 수정 : 2021-06-16 23:06

농촌 이용도 높은 우체국택배 신선식품 배송 제한해 큰 타격

직거래 주문 상당수 취소 처리

 

<속보>택배기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도출을 두고 택배사와 택배노조의 의견이 평행선을 긋는 가운데 택배 파업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제철 농산물 직거래가 일주일째 제한되면서 농산물 산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4일부터 파업 강도를 더욱 높였다. 노조법에 따라 허용되는 대체배송 인력을 제외한 불법 대체배송 투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계약된 중량·부피를 초과하는 등 배송 의무가 없는 물품의 배송을 모두 중단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2차 합의안에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택배기사 소득보전 방안 등이 담기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파업 철회 기미가 보이긴커녕 파업 강도가 더 심해지면서 농가 비명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에서 이용하기 용이하고 배송 안전성도 높아 의존하던 우체국택배가 신선식품 배송을 제한한 데 따른 타격이 극심하다. 한 지방우정청 관계자는 “현재 택배 가동률은 평소의 40∼50% 수준”이라며 “집배원을 긴급 투입했지만, 주로 오토바이로 움직이는 집배원은 농산물 등 크고 무거운 물건을 배송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 영동의 한 살구농가는 “우체국이 받지 않아서 차에 살구를 싣고 사방을 헤맸는데 택배를 받아준다는 곳이 없다”며 “결국 들어온 주문을 다 취소했고, 못 판 살구는 경매장에라도 가져가볼까 하는데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다른 택배사도 파업 참여율에 따라 배송 가능 지역이 제각각이어서 농가는 주문은 주문대로 줄고, 품은 품대로 드는 이중고로 힘겨워하고 있다. 전남 광양의 한 매실농가는 “발송일 아침 송장 인쇄를 해봐야 배송이 가능한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오전에 수확하고 오후에 선별·포장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에 배송이 가능한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경남 진주의 한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참외가 한참 소식이 없다 뒤늦게 도착했는데 다 터지고 상해서 냄새도 심해 결국 반품 처리했다”며 “소비자도 소비자지만 농가 상황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농업계에서는 당장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파업도 문제지만,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기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택배비 인상 및 근무시간 단축 등의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결정이 농산물 직거래에 끼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채상헌 연암대학교 교수는 “양과 질보다 농산물이 지닌 ‘가치’를 구매하는 직거래가 자칫 위축될 수 있다”면서 “택배비 인상 등이 사회적 흐름이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쉽지 않고 농가가 부담하기는 더욱 어려운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택배비 보전 등 ‘가치의 농업’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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