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곡창지대 ‘폐기물 산’ 안될 말

입력 : 2021-06-11 00:00

전북 김제 지평선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 처리장 건립 논란

해당업체, 매립용량 확대 꼼수 전국 각지 폐기물 처리 계획

침출수 유출 땐 농업 직격탄 인근 주민 건강 악화도 우려

 

8일 오전 전북 김제 지평선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 예정 부지. 농사일로 한창 바쁜 시기지만 농민을 비롯한 지역주민들과 폐기물 처리시설로 골머리를 앓는 다른 농촌지역 주민들까지 찾아와 북적였다.

주민들은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르고, 4만8996㎡(1만4822평)에 달하는 공터가 전국 각지의 폐기물을 매립하는 흉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제시 폐기물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폐기물 매립장을 짓는 업체가 폐기물 매립용량을 애초 계획보다 10배 이상 늘리려 한다”며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김제평야는 물론이고 김제에 들어선 호남권 종자종합처리장, 민간 육종단지도 폐기물 매립장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이날 매립장 예정 부지 앞에서 ‘농촌지역 산업폐기물 처리 현안 현장간담회’를 열고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평선산업단지 내 폐기물 매립장은 업체가 매립용량을 애초 계획한 12만t에서 126만t으로 늘리기 위해 전북도에 용량 변경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됐다. 전북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체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전북도가 패소하면서 현재 업체에 허가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대책위는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면 지역 농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우려한다. 업체는 매립장에서 발생한 침출수를 인근 김제시공공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인데, 지금도 포화상태인 하수 처리장이 매립장 침출수까지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박은식 대책위 사무국장은 “현재 김제에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벼 재배면적은 1000㏊에 이르는데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면)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며 “하수 처리장 앞에 흐르는 신평천으로 침출수가 유출되면 인근 백산면·성덕면·진봉면·광활면의 농지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용 김제농협 조합장은 “농부의 고장 김제에 엄청난 규모의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설 예정이라니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평천은 새만금으로 연결되는 만큼, 폐기물 매립장은 새만금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업체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을 이곳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체가 들여올 폐기물에는 환경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고 인체에 위해 요소가 있는 지정폐기물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인한 갈등은 전국 농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매립장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지만,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민간업체가 맡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농촌에 들어서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폐기물 매립장 업체들은 김제 사례처럼 처음엔 산업단지 내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하겠다고 약속한 후 매립용량을 늘리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산업폐기물 매립장도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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