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정책 여전히 뒷전…“목표치 상향·체질 개선 절실”

입력 : 2021-06-09 00:00

정부, 5차 육성계획 수립 중 4차 땐 면적비율 0.7%P만↑ 

전체 농지 중 비중 5.2% 불과

전문가 “소비 기반 마련하고 과정 중심으로 인증제 개편을”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 20년.’

우리나라는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해 2001년부터 5년마다 ‘친환경농업 육성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4차 계획(2016∼2020년)이 마무리됐고, 현재 5차 계획(2021∼2025년)이 수립 단계에 있다. 지난 계획의 아쉬운 점을 짚고 새 계획에 담겨야 할 내용을 살펴본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탄소중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농업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생태·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면서 친환경농업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농정에서 친환경농업 정책은 변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다음 계획에는 친환경농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의지를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전체 농지의 25%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과감한 계획을 세운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4차 계획기간에 친환경농업 면적 비율을 4.5%에서 5.2%로 고작 0.7%포인트 늘리는 데 그쳤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라도 다음 계획에선 목표치를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달성되도록 구체적 정책 수단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된다. 특히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소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사무총장은 “친환경농산물의 35%가 학교로 공급되는 현재로선 급식에 조금만 차질이 빚어져도 친환경농업 기반이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면서 “군대와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농가와 계약재배를 추진하고,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면서 늘어나는 비용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생산·가공·소비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국내에 열악한 친환경가공 기반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친환경농업의 체질 개선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친환경농업 정책을 20년이나 펼쳤는데도 ‘친환경농업이 정말 환경친화적인가’라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데, 이는 그동안 친환경농업 정책이 ‘검사와 규제 중심의 인증’에 치중한 탓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최우정 전남대학교 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은 “그간 친환경농업 정책이 고투입 농업을 저투입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시장에 팔리는 농산물을 인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많이 시비하면 환경에 안 좋은) 유기질비료는 무조건 좋다는 등의 인식이 확산됐다”면서 “이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농가에겐 인증을 위한 비용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도 “환경·생태를 보전하는 친환경농업의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결과 중심의 인증’에서 벗어나 환경친화적으로 농사짓는 농민을 인정하는 ‘과정 중심의 인증’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분야별로 의견을 수렴한 뒤 올 하반기 5차 계획을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인증농가를 얼마나 늘릴지에 정책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앞으로는 관행농가를 환경·생태 친화적인 농법에 어떻게 참여시킬지 고민할 것”이라며 “또 친환경농산물이 단지 건강할 뿐 아니라 환경에도 이롭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홍보해 소비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친환경농산물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단지를 집적화해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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