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지 취득, 통작거리 부활 필요”

입력 : 2021-05-14 00:00

농취증 신청 관련 곳곳서 잡음

일선 담당자, 비농민 경매 제한

법무사 신청대행 금지 등 제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진 지 70여일 만에 농지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선 지방자치단체 현장에선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 발급 신청 건수가 줄고 심사도 이유 없이 미뤄지는 일이 일부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헌법의 핵심 가치인 ‘경자유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통작거리 부활, 경매농지의 비농민 구입 제한 등 현재 논의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찾은 전남 A군의 한 농촌. 투기와 거리가 먼 전형적 시골마을인 이곳에서도 농지법 개정 움직임은 관심거리였다. 농지업무를 7년 넘게 담당해왔다는 공무원 B씨는 “정부가 3월말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내놓고 관련법 개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취증 발급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면에선 외지인이 농취증 발급을 신청하면 면장이 결재를 차일피일 미뤄 실무자가 애를 먹는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법이 개정되지 않아 지금은 기존대로 처리해야 하는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업무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또 다른 면의 농취증 발급 담당자 C씨는 “많게는 일주일에 10건이던 농취증 발급 신청 건수가 최근엔 3∼4건으로 확 줄었다”면서 “뚜렷한 개발 호재가 없는 지역 특성상 LH 사태로 농지 매매가 위축됐다기보다는 모내기가 시작되고 웬만한 작물은 파종에 들어가는 등 시기적으로 농지거래 비수기에 접어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수요가 많은 경기지역은 어떨까. 시흥시 농업정책과 D씨는 “시 전체적으로 3월 기준 하루 10건이던 농취증 발급 건수가 이달 들어선 1∼2건으로 급감했다”면서 “(LH 사태 발생지인 탓에) 기획부동산 주도의 공유지분 농지 매매가 자취를 감췄고 농민이 농사용 농지를 구입하는 정도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양평군 용문면 E씨는 “우리 지역은 요즘도 하루에 15∼20건의 농취증 발급 신청이 꾸준히 들어온다”면서 “3월말 정부 대책 발표 직후 문의가 한두건 있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농지업무를 수행하는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충을 들여다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남 A군 공무원 B씨는 “농취증을 발급해달라고 요구하는 외지인에게 ‘농사짓기엔 너무 먼 거리가 아니냐’고 물으면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라는 핀잔이 돌아오기 일쑤”라면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기 싫어 농취증을 쉽게 발급해주는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도 단위 정도의 통작거리를 부활시키고 법원 농지 경매에 비농민이 입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A군 또 다른 공무원 F씨는 “축제·산불·제설·직불금·가축방역 등 업무가 몰린 지자체에 농지 취득 사후관리 책임까지 부여하면 누가 나서겠느냐”면서 “인력 충원이 우선”이라고 했다.

경기 시흥시 공무원 D씨도 “논농사만 하더라도 일년에 비교적 짧은 기간만 들녘을 찾으면 되고 그마저도 기계화가 돼 있지 않느냐”면서 “외지인의 농지 취득을 제한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농지 구입을 인접 시·군에 한정하는 정도로 통작거리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또 “농취증 발급 신청을 법무사·변호사 사무실에서 대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농취증 전산 입력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평군 용문면 E씨는 “농지취득자격 심사를 강화하면 지자체 담당자 업무가 가중되겠지만 바람직한 방향인 만큼 국회에서 농지법을 신속히 개정해 현장 혼선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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