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란 피했지만 농업계 ‘된서리’ 우려

입력 : 2021-05-12 00:00

택배노조 파업 유보 결정

협의체 논의 틀어질 경우 신선식품 배송 거부 예정 

주요 택배사 요금 줄인상  직거래 농민들 부담 가중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택배 근로자의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농업계가 예상치 못한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택배노조가 신선식품 위주의 배송 중단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최근 택배업계에 부는 택배비 인상 바람도 장기적으로는 농가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택배노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면서 불거진 갈등의 결과다. 다만 정부가 10일 ‘지상 공원화 아파트 배송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가칭)’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공식 제안함에 따라 택배노조는 논의가 전개되는 동안 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논의가 틀어져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경우다. 택배노조는 택배 물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참여 인원을 제한해 파업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나 , 막상 파업에 돌입하면 농업계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배송 건수가 급증한 농산물 꾸러미와 ‘새벽배송’에 차질을 빚으면 유통업체와 납품농가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신선농산물은 배송이 며칠만 늦어져도 상품성이 크게 저하돼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택배업계의 택배비 인상 흐름도 농업계의 걱정거리다. 최근 주요 택배사는 개인 택배비를 일제히 올렸다. 한진택배는 개인 택배비를 소형 기준 1000원 인상했고,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크기에 관계없이 1000원 올렸다.

농촌에서 많이 이용하는 우체국택배는 인상하지 않았지만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택배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선 현재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택배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업계 내외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5월말 국토교통부의 ‘택배거래 구조개선 및 택배비 합리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살펴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농가의 경우 택배비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북 청도에서 복숭아를 재배해 전량 택배로 거래하는 한 농가는 “일반적으로 쇼핑몰이 택배비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과 달리 농산물은 그럴 수 없어 농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2019년 고중량 택배에 대한 우체국택배 요금이 1000∼2000원 오르면서 경영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농업계에선 택배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필요하지만 그 비용을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농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신선식품에 대한 택배를 거부하면 신선도가 생명인 농축산물 판매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택배비 인상은 농가 수입 감소와 직거래 위축으로 이어진다”면서 “택배노조는 파업에 신중해야 하고, 택배비 인상에 대비해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농축산물 택배비 지원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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