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뜨거워지는 한반도…온대성 작물 ‘타격’

입력 : 2021-05-03 00:00 수정 : 2021-05-04 01:46

기상청, 109년 기후변화 보고서

10년마다 0.2℃씩 꾸준히 상승

여름 20일 늘고 겨울 22일 줄어 한번에 많은 비 퍼붓는 날 증가

고랭지배추·사과 등 생육 지장

 

올해 서울 벚꽃은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찍 폈다. 또 배·사과·복숭아는 경기도 기준 평년 대비 개화일이 8∼14일 앞당겨졌다. 20세기 이후 꾸준히 진행돼온 기후변화의 여파다.

기상청은 최근 연평균기온·강수량·계절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가 담긴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1912∼2020년) 한반도는 계속 뜨거워졌다. 이 기간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씩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최근 30년(1991∼2020년) 봄과 여름의 시작일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또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특히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기온 상승세가 매서웠다. 지난 109년을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순으로 줄 세웠을 때 10위권 안에 무려 6개 연도가 최근 10년 사이 포함됐다. 또 이 기간 여름은 127일로 겨울(87일)보다 40일이나 길었다.

강수 변화의 경우 지난 109년간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7.71㎜씩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2.73일씩 감소하면서 강수강도가 강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비가 내린 날은 줄었지만 한번 내릴 때 강한 비가 퍼붓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일일 강수량에 따른 강수강도를 비교한 결과 연간 일일 강수량이 80㎜ 이상으로 퍼붓는 호우일수가 최근 30년은 2.5일로 과거 30년(1.9일)보다 0.6일 늘었다. 최다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주무관은 “지난 109년간 하루동안 많은 양의 비가 오는 일수가 갈수록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후변화 양상은 농업부문에선 주요 작물의 재배적지 북상 등으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과·복숭아·포도 등 주요 과수의 생산지역은 경북에서 강원·충북으로 확대됐다. 단감은 경남에서 경북까지 늘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온대성 작물 재배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고랭지배추가 대표적이다. 고랭지배추는 여름철 해발고도가 높은 강원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길어진 여름이 생육에 문제를 주고 있다. 강원도의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1990년대 6653.5㏊에서 2000년대 5533.2㏊, 2010년대(2010∼2015년) 4488.8㏊로 감소했다.

온대과수도 문제다. 겨울 기온 상승은 사과·배·포도·복숭아 등 주요 온대과수의 정상적인 생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온대과수는 겨울철 저온요구도(식물의 겨울눈을 휴면에서 깨어나게 할 정도의 저온축적량)가 충족되지 않으면 발아와 개화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심교문 농촌진흥청 기후변화평가과 연구관은 “저온요구도가 가장 큰 사과는 기후변화로 이미 남부지방에선 재배가 상당히 까다로워졌을 정도”라며 “강원지역에 사과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자체가 기후변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 변화를 고려하면 농업용수 관리체계를 현행처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수 빈도는 줄어들었는데 한번 내릴 때 많은 양이 오면 가뭄·홍수 피해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성준 건국대학교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비가 많이 내려도 많은 양이 바다로 유출돼 농가들은 필요한 만큼의 농업용수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농업용수 사용을 다변화하고 지하수 관리 방식을 바꾸는 등 새로운 방식의 농업용수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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