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향세 연계 ‘관계인구’로 돌파구 찾아

입력 : 2021-04-19 00:00

일본 정부 ‘지방소멸’ 대응 어떻게 하나

지역과 관계 맺은 도시민 축제·커뮤니티 참여 유도 지역재생 활성화 팔 걷어

지난해 2월 실태조사 결과 대도시권 인구 23% 참여 이미 사회 흐름 자리 잡아

전문가 “한국도 참고할 만”

 

최근 일본 정부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와 함께 ‘관계인구’를 육성하며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있다. 관계인구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특정 지역과 정기적·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이들을 일컫는다. 고향세 기부자를 지역 축제·커뮤니티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끈끈한 지지자로 만드는 게 관계인구 육성의 대표적 방식이다. 한국에서 고향세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일본은 ‘포스트 고향세’까지 구상하며 지방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트 고향세로 주목=관계인구란 용어는 2016년 일본 시민활동가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저서 <도시와 지방을 뒤섞다>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쉽게 말해 ‘관광도 거주도 아니지만 지역과 일정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의 ‘지방 활성화 정책의 새 지평을 개척한다 : 일본의 관계인구 육성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관계인구 창출·확대 모델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각부·총무성이 관계인구 육성 계획과 사업 지침을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시·정·촌)가 세부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관계인구 유입 이벤트, 홍보·모집, 소식지 발간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중앙정부는 매년 관계인구 육성사업 성과 보고회를 열고, 관련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사업 결과를 종합한다.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관계인구 포털사이트’는 사업의 취지를 “지방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재생을 담당할 청년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관계인구라는 외부 인재 유입을 통해 지역재생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한다.

관계인구는 이미 사회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해 2월 내놓은 관계인구 실태조사 결과 대도시권(도쿄권·오사카권·나고야권) 인구의 23.2%가 자신이 관계인구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4600만명 중 약 1080만명이 특정 지역과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다.

▲취미·소비형(10.5%) ▲참가·교류형(5.8%) ▲취업형(3.9%) ▲직접기여형(3%)으로 나뉠 정도로 관계인구의 유형도 세분화하고 있다. 취미·소비형은 지역특산물 구입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 참가·교류형은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유형이다. 취업형은 도시에서 직장을 갖되 지방에선 단기간 부업·겸업을 하고, 직접기여형은 지역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등에 참가하는 유형이다.


◆고향세가 연결고리=주목할 만한 건 고향세 기부자가 관계인구 육성의 주요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의 관계인구 시범사업 모델을 보면 유형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지역에 조금이라도 접점이 있는 이들을 관계인구로 키우는 ‘관계심화형’, 지역산업의 과제와 도시민의 기술을 연계하는 ‘관계창출형’, 지역세미나 등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저변확대형’이다.

이 가운데 ‘관계심화형’은 고향세납부형과 연고형으로 다시 나뉜다. 2019년 기준 시범사업에 참여한 44개 지자체 중 5곳이 고향세납부형으로 관계인구를 육성했다. 연간 고향세 기부가 약 2300만건(2019년 기준) 이뤄지는 만큼 이들을 관계인구로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가고시마현 시부시시는 고향세 기부자들을 관계인구로 유치해 고향주민카드 발급, 고향주민회의 개최, 체험투어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후쿠이현 사카이시는 관계인구에 일본 전국시대 직책명을 넣은 가상의 주민증을 발급한다. 고향세 자동이체 실적, 지역축제 참가 횟수 등으로 포인트를 쌓으면 더 높은 관직으로 올라가는 재미와 각종 경제적 혜택을 준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도 지역에 관심 있는 지지층을 넓히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남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도시민 지방이주·정착을 장려하는 기존 정책으로는 지방 활성화를 이루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시민과 지역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저변을 넓히는 일본의 시도를 본보기로 삼아 우리의 지방 활성화정책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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