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촌 어린이집 ‘폐원 위기’

입력 : 2021-04-12 00:00

저출산 지속·코로나19 확산 

정부 인건비 보조 가능한 최소 원아수 미달 수두룩

국가 차원 대책 마련 절실

 

지난해초 전북 장수군 산서면의 산서어린이집이 폐원 위기에 직면했다. 인건비 국고 보조 기준 아래로 원아수가 줄면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폐원만은 막아달라는 학부모들의 호소에 장수군이 인건비를 군비로 지원하면서 어린이집은 정상 운영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인건비 지원 기준은 그대로인데, 농촌에선 아이가 점점 줄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정 보육’ 하는 집이 늘면서 원아 확보는 더 어려워졌다. 농촌 어린이집 폐원이 지역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강원 춘천시 사북면의 유일한 보육시설인 신포어린이집은 한때 원아수가 50명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역 군부대 관사가 시내로 이동하고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원아수가 점점 줄었다. 그래도 선생님들 경력이 오래됐고 아이들이 뛰놀 만큼 공간도 넓어서 시내 대신 이곳을 택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 터졌다. 지난해 13명이던 원아수가 졸업과 이농으로 10명까지 줄어든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보육사업 안내’에 따르면 정부는 농촌 어린이집의 경우 원아수가 11명 이상일 때만 원장 인건비의 80%를 지원한다. 유아반은 8명 이상이어야 보육교사 인건비의 30%를 지원하는데 신포어린이집은 유아반 인원이 5명이어서 이마저도 못 받게 됐다. 원장을 포함해 기껏해야 교사가 3명인 어린이집에 인건비 지원 중단은 폐원 선고나 다름없었다. 

이에 한 학부모는 온라인 카페에 “이곳이 없어지면 춘천까지 차로 30∼40분은 나가야 하고, 조손가정이나 부모가 모두 농사짓는 가정은 아이를 데려다줄 수 없어 집에 둬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행히 복지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선 원아수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해 올해는 문을 열 수 있었으나, 이같은 방침이 언제 끝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폐원수가 2018년 2345건, 2019년 3138건, 2020년 3187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농촌은 보육시설이 하나뿐인 면이 대부분이고, 교통이 불편해 폐원하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농촌 보육 현장에선 어린이집 폐원은 농촌소멸과도 연관된 만큼 국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명희 신포어린이집 원장은 “아이가 줄어드는 농촌에서 (정부의 인건비 지원 기준인) 11명도 맞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금은 다달이 원아수를 따져 기준 이하로 줄어들면 지원이 끊기는데, 아이들 보육권과 교사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1년 단위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동아이돌봄센터’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원아수가 적은 농촌 소규모 어린이집을 공동아이돌봄센터로 지정해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자격 요건이 여러 형태의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만으로 제한돼 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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