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법인 악용 쪼개기 취득 …“예외 허용 규정 없애자”

입력 : 2021-04-12 00:00 수정 : 2021-04-1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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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취득이 가능한 농업법인을 통해 한필지를 다수가 지분 공유 방식으로 쪼개, 투기 목적으로 취득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정부는 농지 공유 취득은 소유자별 구분이 가능하도록 증빙서류를 제출하게 하고,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취득 금지 및 농업법인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사진=농민신문DB

농지정책 이젠 바뀌어야 (중) 투기 근절

논밭 취득 가능한 점 내세워 단타 매매·지분 공유 등 빈번

일부 ‘기획 부동산’ 역할한 셈

공유기준 신설로 취득 제한 부당이득 환수 등 관리 강화

전문가 “예외조항 손질 시급”

 

지난해 11월17일, 제주도에선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사들이고 판매해 14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농업법인 12곳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줬다. A농업법인은 2018년 5월∼2019년 2월 제주 서귀포 안덕면 2만2632㎡(약 6846평)의 농지를 20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를 길게는 370일, 짧게는 7일 만에 28명에게 되팔아 27억5000만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농업법인 통한 농지 투기 봇물=농사짓겠다고 설립한 농업법인이 사실상 ‘기획 부동산’으로 활동하며 농지를 초단타로 매매해 이문을 남기는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다. 경기 평택시 B농업법인은 2014년 12월16일 영농 의사가 없음에도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첨부해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발급받았다. 이후 약 한달 만인 2015년 1월28일 503㎡(약 152평) 규모의 농지를 3800만원에 사들였고 바로 그날 1억1900만원에 되팔아 약 80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수법도 교묘해졌다. 올 4월 경기 하남시 교산동에 농지를 가진 C씨는 본인 명의로 농업회사법인을 세우고 이 땅을 법인에 양도했다. 농지를 농업회사법인에 팔면 양도소득세가 감면된다는 점을 알고,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것이다.

정부가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정조준하는 곳 중 하나가 농업법인이다. 농지 취득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투기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법인을 통해 한필지를 다수가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쪼개 투기 목적으로 취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판단,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공유 취득 제한, 농업법인 관리 강화=농업법인을 통한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공유 취득 제한,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 취득 금지, 농업법인 관리 강화다.

우선 공유 취득할 때는 소유자별 농지 위치를 특정해 약정서·도면자료 같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신설되는 농지위원회로부터 반드시 심의받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지분 공유기준(사람수)을 만들게 한 뒤 이를 넘어서면 농취증 발급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신설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잘 모르는 농지, 가보지도 않은 논밭을 기획 부동산의 말만 듣고 기계적으로 쪼개 구입하는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론 구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우량농지를 보전하겠다는 취지다.

농업법인에 대한 관리 고삐도 죈다. 농업법인이 목적 외 사업인 부동산업·임대업 등을 하면 해당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양도차액·임대료 상당의 과징금도 매긴다. 농업법인을 반복적으로 설립·해산해 불법 농지거래를 계속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표자·종업원에 대한 처벌규정도 신설한다.


◆과제는=전문가들은 농업법인의 불법행위는 농지를 예외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체계와 관련이 깊은 만큼 이를 먼저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변호사)은 “기획 부동산 업자들의 농업법인을 통한 쪼개기 농지 투기의 길을 열어둔 것은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게 한 것”이라면서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의 목적이라면 임차로라도 충분한 만큼 ‘주말·체험 영농을 하고자 하는 자는 1000㎡(약 303평) 미만의 농지에 한해 구입할 수 있다’는 조항(농지법 6조)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말·체험 영농에 대한 예외적 농지소유 허용 규정은 그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농업법인 관리 틀을 아예 달리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농업법인의 농민 출자비율을 다시 예전처럼 강화하고 대표자 등이 농민이어야 한다는 방안들이 나오지만, 이것은 오히려 요건을 갖춘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 길을 터주는 것”이라면서 “일본처럼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법인과 없는 법인을 구분, 농업법인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농지를 취득할 때는 농취증을 발급받게 하고 취득 후에도 실태조사를 통해 처분명령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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