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자경’ 요건 빼자”…농지 양도세 감면제도 바뀌나

입력 : 2021-04-09 00:00 수정 : 2021-04-09 21:30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현행 제도 문제점·대안’ 보고서

농촌 고령화·영농 기계화로 사실상 농작업 위탁 보편화

지주 직불금 부정수령 통해 자경 증빙 삼는 등 문제도

진흥지역 개발 기대 어려워 보유만으로 세제 혜택 줘야

비진흥지역은 자경기간 늘려

보유기간 대폭 연장 등 제시

 

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요건 중 ‘자경’ 요건 폐지를 검토한 국책연구기관의 용역보고서가 정부에 제출됐다. 정부가 대대적인 농지관리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양도세 감면 요건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최대 2억원 감면…자경 요건 등 논란=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관련 규정에 따라 ▲농작업에 자기 노동력을 2분의 1 이상 사용 ▲실경작 8년 이상 ▲농지로부터 30㎞ 이내에 거주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하면 연간 1억원, 5년간 2억원까지 농지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기계화 영농 확산 등으로 농작업 위탁이 보편화하면서 ‘자경’의 의미를 따지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작업에 자기 노동력을 2분의 1 이상 투입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구체적 기준을 정할 수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지에서 일정 거리 안에 살아야 한다는 ‘재촌’ 요건도 도로·교통 등이 변화한 농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농작업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재배 작목·농법, 인력 고용, 판매 방식 등을 결정하는 ‘사장님 농사’도 많다보니 실질적인 농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자경·재촌 여부에 관계없이 농민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한 ‘농지 관련 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농지 양도세 감면과 관련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검토했다. 보고서는 “임대차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실경작자가 아닌 농지 소유주가 직불금을 부정수령해 이를 자경 증빙으로 삼는 등 문제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진흥지역 농지 보유만으로도 세제 혜택을=보고서는 일정 기간 자경을 요구하는 현행 농지 양도세 감면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농정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데다 자경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농업진흥지역 안의 농지를 8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한해 현행과 같은 양도세 감면을 허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진흥지역 농지는 용도가 한정돼 보전 가능성이 크고, 개발이익에 따른 지가 상승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세제 혜택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 경우 임차농이 받을 직불금을 임대인이 가로채는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비진흥지역 농지는 의무 자경기간을 1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양도세 면제를 위한 자경기간을 늘려 농지가 최대한 보전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이 경우에도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선 기간별 특별세액공제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5년 자경한 농지는 양도세의 30%를 감면하고, 이후 자경기간이 1년 연장될 때마다 양도세 감면율을 10%포인트씩 늘리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반대로 자경 의무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제2의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양도세 전액 감면 대상 의무 자경기간을 12년으로 하자는 것이다. ‘진짜농민’은 의무 자경기간이 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농업진흥지역을 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보고서는 또 다른 대안으로 자경 의무를 없애고 농지 보유기간을 20년으로 대폭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부재지주 입장에서 땅값 상승을 노리고 20년 이상 농지를 보유하기는 부담스럽고, 자경 증빙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소모를 줄일 수 있어 장기간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에겐 피해가 없을 것이란 점이 고려됐다.


◆농정방향 부합한 양도 우대해야=농지 양도세 감면제도는 국가 세수와 농촌 현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농업계와 관련 기관 등에서도 다양한 개선방안이 검토돼왔다. 자경 여부보다 농지가 농업에 계속 사용되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혜택을 제공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연구를 통해 “현행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제도의 목적이 경자유전 원칙에 따른 자경농 육성이라면, 취득·등록세 감면이나 영농활동 중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며 “8년 자경에 따른 세제 혜택을 재검토해 일본과 같이 농업구조 개선 등에 부합하게 농지를 양도하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석두 GS&J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농지의 합리적 이용과 관련한 임대차 조항을 농지법에 추가하고, 농업진흥지역 안의 농지 임대차를 신고한 경우 8년 자경에 관계없이 양도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농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아 직불금 부정수령 등 농지 이용에 왜곡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농특위 관계자는 “현행 양도세 감면 혜택은 과거의 자경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앞으로는 농업구조 개선 또는 우량농지 보전 등 정책방향에 맞게 농지를 양도했을 때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 양도세 감면은 재정당국과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어떤 제도가 양호한 효과를 낼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자료에 근거한 분석이 이뤄지면 대안으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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