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제도 개편 “이제라도 다행” “땜질식 처방” 분분…“공개념 관점 필요” 고개

입력 : 2021-04-05 00:00

[농지 투기 뿌리뽑자] ‘농지제도 개편’ 각계 의견

양도세 인상·장기보유 혜택 없애

고령농가 노후생활 지장 우려도

 

신도시 땅 투기문제로 현행 농지제도의 모순이 드러나자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지농용(農地農用)’ 등 사문화하다시피 한 헌법과 농지법의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규제 완화 일색이던 농지 소유·이용 제도는 일대 개편을 맞게 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3월31일 비농민의 농지취득 문턱을 높이는 ‘농지법 개정안’을 내면서 “농지는 투기 대상이 아닌 농업생산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의견 다양=취득자격 심사 강화 등 규제의 고삐를 죄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을 두고 환영과 비판 등 반응이 다양하게 나온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일 성명에서 “경자유전 원칙의 기강을 확립하고 허술한 농지법을 고쳐야 한다는 농업계의 해묵은 요구에 이제라도 조치가 이뤄진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농지가 국가의 식량주권 확립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한 법·제도 개편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정부 개선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일부 투기 근절에만 초점을 맞춘 땜질식 처방”이라며 ‘미흡’ 평가를 내렸다. 경실련은 “주말·체험 영농 목적인 경우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차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 비농민의 농지취득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경론을 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농지관리 개선방안’으로는 농지 투기를 뿌리 뽑기에 부족하다”며 “농지소유 및 이용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로 농지 투기를 적발하고, 의심되는 농지는 국가가 공시지가로 강제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지 거래 위축 우려=농지·임야를 비사업용으로 가진 경우,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리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주지 않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농지 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점에서다. 부동산업계는 “이대로라면 절세용 농지·임야 매물이 연내 쏟아져나올 텐데 시장에서 원매자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지를 처분하고 이농하려는 고령농 등의 노후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동천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고령 재촌자라 해도 이농을 하면 농지 처분 의무가 발생하는데, 정부 정책으로 생활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농지 처분에 대한 예외조항이라도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농지를 가진 농민 상당수는 농지시장 위축에 따른 재산가치 하락도 우려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사과농가는 “노동력 부족과 과수 화상병 피해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근근이 이어왔는데, 앞으로 농지 거래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니 진작 농사를 접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토지공개념 인식 필요=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농지문제의 질서를 회복하려면 농지를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바라보는 인식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농지는 국가 식량안보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에서 공공자원 성격이 강하지만 일반인들마저 투자 대상이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농지취득 후 농사짓지 않을 경우 불이익 받지 않는 방법’ ‘부자 되는 농지활용법’ 등 농지로 돈 버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순 없지만 농지는 사적 영역에만 해당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조병옥 경남농어업특별위원회 농지분과위원장은 “농지를 재산 축적의 도구나 투기 대상으로 사고하는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은 “농지는 공개념 관점에서 관리하고 진정한 농민에게는 직불금 인상으로 재산권 제약문제를 보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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