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촌 거주 비농민, 귀농 지원 배제는 ‘역차별’

입력 : 2021-02-24 00:00 수정 : 2021-02-24 23:09

도시화된 읍서 직장 다녔어도 

이전 거주지 법적 ‘농촌’ 이유 농지 취득세 감면 혜택 못받아

귀농·귀촌 활성화법 취지 살려 지자체 등 정책대상 확대 필요

 

“25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귀농했죠. 그런데 ‘귀농인’이 아니라 세제 혜택은 못 준답니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살던 김모씨(53)는 지난해 5월 경남 남해군 이동면으로 이주했다. 남해에서 조경수 재배를 목적으로 농지 2777㎡(840평)를 구입한 김씨는 귀농인 자격으로 취득세 50%를 감면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김씨는 군 관계자로부터 ‘지방세특례제한법(지특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란 얘기를 들었다. 농업 이외의 업종에 종사했더라도 이전 거주지가 농촌지역이어서 귀농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김포에선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해 도시민과 다름없이 살았다”며 “은퇴해 농사를 지으려 시골로 왔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 탓에 귀농인 혜택에서 배제된 꼴”이라고 했다.

정부는 도시 인구의 농촌 유입 촉진과 농업 활성화 등을 위해 귀농·귀촌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지특법은 농촌 외 지역에서 1년 이상 살다 농촌으로 주소지를 옮겨 실거주하는 농민을 ‘귀농인’으로 보고 이들에게 농지 취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서 농촌은 읍·면 지역을 말한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서 규정한 농촌의 정의를 따른 것이다. 김씨는 “종전 거주지가 법적으로 농촌인 이상 어디로 가서 농민이 되든 귀농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조만간 농지를 추가로 매입할 계획인데 수백만원의 취득세를 고스란히 물어야 해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김포뿐 아니라 남양주 등 수도권 읍지역에서 사실상 도시민으로 사는 주민 상당수는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은 또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 농업창업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농지 구입용 저리자금을 3억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에선 귀농인으로 인정해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귀농인이 아니란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에서 농업 아닌 직업·분야에 종사하다 귀농하려는 이들이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18년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며 “귀농인의 정의는 유지하되 지원 대상은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읍·면 지역이 농촌으로 분류돼 균형발전특별회계 지원이나 대입 특례 등에서 혜택을 누리는 측면도 있어 농촌의 법적 정의를 재검토하는 건 간단치 않은 문제”라면서 “재촌 비농민이 농민의 조건을 갖출 경우 귀농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귀농·귀촌활성화법의 개정 취지를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이 정한 귀농인의 전제 가운데 장소 요건을 삭제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기존 농촌에서 거주하는 비농민은 귀농인을 위한 지원책으로부터 배제돼 도시민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법적으로 귀농인의 범위를 확대해 이전 거주지에 관계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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