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험·관광 6차산업 농업시설 ‘전기료 폭탄’ 맞나

입력 : 2021-02-22 00:00 수정 : 2021-02-22 23:23

대법원 “관람용 화훼재배시설 일반 전기요금 부과” 판결 파장

한전, 농사용 혜택 제한 가능성 

농업생산비 부담 가중 우려

 

화훼재배시설의 일부를 개방해 관람용으로 수익을 내면 농사용이 아닌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용 전기요금은 농사용보다 2.7배가량 비싸다.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한 이번 판결이 체험·관광용 농업시설에 적용될 경우 농업의 6차산업화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충남의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전기요금 부당이득금 청구소송과 관련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온실의 전기요금 적용을 둘러싼 한전과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의 1년 반간의 법적 다툼 끝에 나왔다. 당시 한전은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화훼재배시설을 개방해 관람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농사용이 아닌 일반용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년(2013년 11월∼2018년 10월) 치 전기요금 차액의 2배에 이르는 9억원을 부과했다.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불복하자 한전은 부당이득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1심에선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이겼지만, 2심은 한전이 승리했다. 결국 소송은 대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농업계는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전이 자신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농사용 전기 사용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서다. 그나마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은 한전과 소송을 할 여력이 있었지만 6차산업에 뛰어든 대다수 농가와 영농조합법인은 한전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전이 요구하는 대로 전기요금 부과기준을 농사용에서 일반용으로 바꾸면 농업생산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2019년 기준 전기요금 단가(1㎾h 기준)는 일반용(130.33원)이 농사용(47.74원)보다 훨씬 높다.

유리온실을 상대로 제기한 한전의 소송전은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을 줄이겠다는 한전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있다. 한전은 2019년 국회에 제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설명자료’에서 농사용 전기요금 개편의 핵심은 ‘대규모 기업농 요금 현실화’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 측 변호를 맡았던 조성호 변호사(한국농식품법률제도연구소 이사장)는 “자신감을 얻은 한전은 어떤 전기요금을 부과해야 할지 모호한 사례가 생기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농가들을 압박하거나 소송전을 벌일 것”이라며 “사법부가 농장을 개방해 얻는 수익을 농업의 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농가들은 이런 법적 다툼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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