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농사용’ 요금 인상 카드 만지작…농업계 “농민 희생양 삼나”

입력 : 2021-02-22 00:00 수정 : 2021-02-22 23:39

한전, 전기요금 체계 개편 속도

경영 안정성 제고 명목 아래 ‘용도별 → 전압별’ 전환 추진 

농가 혜택 축소·폐지될 수도

2018년 전체 전력판매량 중 농사용 비율은 3.5% ‘불과’

인상 땐 농민 경영비 부담 커져 농산물값 올라 소비자도 손해  

 

한국전력공사는 경영 안정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 카드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농업계는 기존 혜택이 사라지면 경영비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행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용도에 따라 판매단가가 달리 책정된다. 일반용에 비해 다른 전기요금이 저렴한데, 1㎾h당 전기요금 단가(2019년 기준)는 일반용이 130.33원이고 산업용은 106.56원, 주택용은 104.95원, 교육용은 103.85원이다. 농사용은 더 낮은 47.74원이다.

한전은 이처럼 원가에 기반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 할인혜택이 부여되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문제라고 본다. 두부(전기)가 콩(연료비)보다 싸서 전기를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단가가 특히 저렴한 농사용이 한전의 주요 타깃이다. ‘상위 1%에게 농사용 전기요금 할인혜택의 45%가 돌아가는 만큼 요금을 정상화해 수혜가 일부에 집중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한전의 논리다. 이 때문에 화훼·열대과일을 재배하는 유리온실이 한전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될 것이란 게 농업계의 시각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 중장기 경영목표(2021∼2025)’에 따르면 한전은 용도별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해 2025년에는 전압별 요금제로 전환한다. 공급원가가 고압보다 비싼 저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원가 기반’의 전기요금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은 축소 또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농업계는 한전이 경영 개선을 이유로 약자인 농민을 희생양 삼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한다.

김연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전체 전력판매량 가운데 농사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3.5%에 불과한데, 이를 통해 손해를 줄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이 대농 등 일부에 쏠린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사용량에 따라 구간별로 누진세를 부과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농사용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농민들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전기요금 혜택이 사라져 경영비가 오르면 농가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농산물값이 올라 소비자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을 일부러 축소하지 않더라도 전기요금은 앞으로 인상 요인이 많아 농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올해부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돼 액화천연가스(LNG)·석탄·유류 등 연료비 변동분이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최근 유가 급등세가 계속되고, LNG 가격도 뛰면서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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