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청주 관세 내리면 전통주 ‘직격탄’ 우려

입력 : 2020-11-20 00:00 수정 : 2020-11-22 00:09

“RCEP 체결, 농업분야 타격 적다”는 정부 발표 맞나

한국서 인기 높은 일본산 사케 값 낮아지면 수요 급증 불 보듯

맥주 수입도 최근 폭발적 증가 우리 맥주와 막걸리까지 타격

‘위험분석’ 등 시장보호 대책도 수출국 이의 땐 활용 어려워져

 

“농업분야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협상이 타결되자 정부 관계자가 밝힌 말이다. 과연 RCEP이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큰 피해를 보는 품목이 있을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청주다. RCEP 타결은 기존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아세안과 중국·호주·뉴질랜드에 추가로 시장을 개방하는 동시에 일본과 FTA를 새로 체결하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일부 공개한 우리나라의 대일본 양허(관세 인하·철폐)안을 보면 현재 15%의 관세를 물고 수입되는 일본산 청주는 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맥주(30%)는 20년 철폐다.

‘사케’로 불리는 일본산 청주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2014년 3322t(1259만달러)이던 일본산 청주 수입량은 2018년 5443t(1987만달러)으로 4년 새 64% 증가했다. 다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2019년에는 3226t(1386만달러)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에 수입량은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9월 76t까지 떨어졌던 월 수입량은 올 10월 208t으로 회복했다. 여기에 관세까지 계속 낮아지면 수입은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주 수입이 늘면 전통청주인 약주를 비롯해 안동소주 같은 증류식 소주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일본산 청주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쉽게 즐기기 어려운 술이었는데 관세가 낮아지면 소비가 크게 늘 것”이라며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전통주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일본산 맥주 수입량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0년 8353t(1148만달러)에서 2018년에는 무려 8만6675t(7829만달러)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관세 철폐라는 날개까지 달면 수입량은 더욱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남 사무국장은 “맥주 수입이 늘면 국산 맥주가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알코올 도수와 가격이 엇비슷한 막걸리 소비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밖에 일본산 건조 구아바와 건조 망고스틴, 아몬드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사라진다.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일본산 농식품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품분야뿐 아니라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RCEP은 지역화·동등성을 인정하지 않을 때 사유를 제시하고, 수입위험분석 진행 상황을 확실히 통지하도록 했다. 지역화란 한 나라의 특정 지역에서 식물 병해충이나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이 지역 이외의 곳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에 대해선 수입을 허용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역화를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며 주요 품목을 보호해왔다. 중국산 사과·배가 수입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수입위험분석을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하는 것도 SPS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그동안 SPS로 국내 농업이 보호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RCEP에서는 SPS 조항이 농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수출국이 특정 품목의 수입 제한에 이의를 제기하면 우리가 정해진 기간 내에 협의해줘야 하는 등의 규정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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