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초대형 FTA 파고 속으로…열대과일 공세 심화 전망

입력 : 2020-11-18 00:00 수정 : 2020-11-18 23:29

15개국 RCEP 8년 만에 타결 아세안산 키위 관세 즉시 철폐

美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돼 CPTPP 동참 요구도 거셀 듯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의 거센 파고가 한국 농업을 연달아 덮치고 있다. 한국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협상이 타결된 데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뉴질랜드·호주 등 15개국 정상들은 15일 화상으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인구·총생산(GDP)·무역 규모의 30%에 이르는 메가 FTA가 출범했다.

RCEP은 2012년 협상 개시가 선언됐고, 2013년 5월 첫 협상을 벌였다. 이후 수십차례의 협상 끝에 2019년 11월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RCEP 정상회의에서 참여국 정상들은 20개 챕터(장)로 이뤄진 협정문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 1년여간 상품 등에 대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이번에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

RCEP 협상 타결로 농산물시장 개방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키위를 비롯해 구아바·파파야·망고스틴·두리안 등 열대과일을 중심으로 수입이 늘면서 국산 과일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FTA는 국내 과일 수입을 크게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파인애플 수입량은 2005년 4만8000t에 그쳤지만 2007년 6월 한·아세안 FTA가 발효되면서 가파르게 증가, 2018년엔 7만7000t에 달했다.

RCEP 협상 타결로 가장 우려되는 품목도 키위 등 과일이다. 키위의 경우 아세안을 대상으로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그동안 한·칠레와 한·뉴질랜드 FTA 등을 통해 키위 수입량은 계속 증가했다. 2014년부터 칠레산, 올해부터 뉴질랜드산 키위는 관세가 0%다.

여기에 아세안산 키위가 무관세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면 키위 수입은 더 늘 수 있다. 구아바·망고스틴·파파야·두리안·레몬·체리 등 54개 품목은 관세가 10년에 걸쳐 낮아지다 완전히 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증가 일로인 과일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아바·파파야 등 일부 열대과일을 개방했으나, 바나나·파인애플 등 주요 열대과일을 양허(관세 인하·철폐) 제외로 보호했다”며 “농업분야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거 체리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이런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3800t이던 체리 수입량은 2018년 1만8100t까지 증가했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 직후 미국산 체리가 무관세로 전환되면서 국내 판매가 급증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상 당시 체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다 결국 수입 급증이라는 회오리를 피하지 못했다.

메가 FTA 폭풍은 RCEP에서 그치지 않고 CPTPP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동안 잠잠하던 우리나라의 CPTPP 참여 이슈가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CPTPP에 다시 참여하게 되면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기존 참여국들에 ‘입장료’를 지불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농업분야 개방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CPTPP에 가입한다면 농산물 관세의 추가 인하는 물론이고 위생·검역(SPS) 조치의 완화 같은 가입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륜·함규원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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