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구별되는 농촌만의 주거모델·일자리 창출 필요

입력 : 2020-11-16 00:00 수정 : 2020-11-16 23:58

[기획]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 어떻게 만들까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은 농업계의 숙원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촌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촌공간의 혁신을 통해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일각에선 현시점이 농촌을 탈바꿈할 적기라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저밀도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촌공간이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최근 농업분야 민간연구기관 GS&J 인스티튜트가 개최한 ‘농업·농촌의 길 2020’ 심포지엄에서도 농촌재생이 주요 논제로 등장했다.
 

치유·생태 가치 관심 집중

코로나19 확산 후 인식 급반전 귀농·귀촌·농촌여행 수요 늘어
도시민 45% “농촌 생활 꿈꿔” ‘반농반X’ 등 새로운 경향 등장 

 

정주 여건 개선 등 ‘과제’

정부 ‘농촌르네상스’ 계획 추진 인프라 확충·난개발 차단 박차
자율주행 교통·비대면 진료 등 각종 스마트기술 적극 활용을

 

‘사람 중심’ 정책 추진 필요

도시민 포괄 ‘관계인구’ 확대 사람·자금 등 지역 유입 유도
지역 내 사회적 일자리 개발 생활서비스 개선 ‘일석이조’ 


코로나19와 농촌의 재발견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이 농촌공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경제·산업 활동의 일시적 중단으로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경험한 이들은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속 삶의 취약성을 재발견하고 있다”며 “향후 경제개발 방식으로 자연생태환경과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강조되면 여기에 더 큰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왕보 라이프샐러드 대표는 “뉴노멀 시대의 도래로 생명·쉼·삶 등 농업·농촌의 본질적인 가치가 국민의 중심 가치가 됐다”며 “이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농촌에 대한 국민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4월말 도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20.3%로 ‘감소했다(8.2%)’는 응답보다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연간 농촌관광 횟수가 늘 것’이란 응답 비중도 44.5%로 ‘감소할 것(12.9%)’이란 답변보다 높았다. 나라간 이동제한으로 그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한적한 국내 농촌여행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농촌 재생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류 대표는 “소셜매트릭스 기법을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민이 갖고 있는 농업·농촌에 대한 이미지는 생존을 위한 식량 공급보다 훨씬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욕구와 연결돼 있다”며 “‘힐링, 생기, 환경 보존, 가능성이 있는’ 같은 농업·농촌 이미지에 미래에 요구되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에 대한 기대는 도시민의 버킷리스트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농경연이 5년 내 버킷리스트 실행을 준비 중인 도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도시가 아닌 농촌을 버킷리스트 실현 무대로 꼽았다. 이들이 농촌에서 꿈꾸는 삶은 ‘반농반X(엑스)’처럼 하루에 필요한 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는 원하는 활동을 하거나 소득이 적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최근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2015년부터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난 것도 이러한 추세의 영향이 컸다.

 

농촌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기반 조성

그럼에도 여전히 농촌에 사람이 부족한 이유는 그만큼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취약한 정주 기반과 생활서비스는 농촌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농어촌 정주 만족도조사 결과 정주생활 기반뿐 아니라 보건·복지, 대중교통, 문화·여가 시설 등에 대한 도농간 만족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농촌에 입지한 사업체들은 생산·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경제활동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농촌의 강점 중 하나인 환경·경관 자원 또한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농경연이 올 2월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농촌 난개발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부는 농촌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개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해 농촌의 주거환경을 해치는 시설을 정리하는 한편 읍·면 소재지에 원스톱 생활서비스 공간을 확대 설치하고 로컬크리에이터(지역창작자)사업, 농촌마을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더불어 추진해야 할 다양한 과제를 제시한다. 성주인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농촌 내 실증연구개발(R&D)단지를 확대해 수요 기반 자율주행 대중교통, 비대면 진료 등 미래형 스마트기술을 농촌 생활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실험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아파트 중심의 도시 주거와 구별되는 농촌형 주거모델 확산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농촌 빈집을 정비해 러시아 ‘다차(별장과 텃밭)’나 독일 ‘클라인가르텐(체류형 주말농장)’ 같은 농촌 주거모델을 늘린다면 농촌 살아보기 체험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적 접근을 넘어 사람 중심의 정책 추진도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관계인구’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농촌 정주를 원하거나 농촌을 무대로 새로운 활동을 벌이고자 하는 도시민까지 포괄하는 농촌지역 활성화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일본은 ‘인구 감소에도 활력 있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구현’을 위해 제2기 지방창생정책(2020∼2024년)을 시행하면서 관계인구의 창출·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자금의 지역 유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역 단위의 사회적 일자리 개발은 농촌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과제로 지목된다. 지역에서 필요할 때 단시간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도시민의 유입방안으로 꼽힌다. 아울러 다문화 학생 진로상담센터, 농촌 지역사회 주거지원단 등 사회적 일자리는 농촌의 취약한 생활서비스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촌관광 등 도농교류 콘텐츠의 변화를 통해 농촌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농촌여행업체 수요일의 김혜지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청정지대인 농촌으로 가족여행 또는 소규모 단체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기존 농촌체험휴양마을의 숙박시설이나 체험프로그램은 주로 대규모 단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소규모 농촌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 투자나 콘텐츠 개발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반농반X(엑스)

하루의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X)을 병행하는 삶의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면서 반농반X가 귀농ㆍ귀촌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농촌공간계획

농촌지역의 난개발ㆍ저개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공간을 체계적ㆍ계획적으로 이용ㆍ관리하는 정책이다. 농촌경관을 훼손하는 공장ㆍ태양광ㆍ송전탑 등의 이전ㆍ철거ㆍ재활용을 통해 농촌의 환경ㆍ경관ㆍ문화를 보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계인구

단순한 지역 이주자나 관광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과 관계를 맺어가며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인구를 뜻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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