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 “웃돈 줘도 일손 없는데 성출하기엔 어쩌나”

입력 : 2020-11-09 00:00 수정 : 2020-11-09 23:25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 계도기간 올해로 종료

저장 어려운 품목 주산지 오지 APC 대책 못찾아 ‘답답’ 

당장 감귤 제철인 제주 ‘비상’

내년 인력 공백 못 채우면 출하 지연 따른 상품성 저하

농가 수취가격 하락 불보듯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 계도기간이 올해로 종료된다. 앞으로 50여일 뒤면 직원수 50∼299인 사업장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산물 유통현장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감귤·딸기·복숭아 등 저장이 어려운 품목의 주산지와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오지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 제주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감귤은 시기별로 다른 작형이 생산되는 탓에 저장하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APC에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선별·포장해 출하해야 한다. 특정 시기에 인력 수요가 집중된다는 뜻이다. 진재봉 중문농협 상무는 “바쁠 때는 선별사가 연장·야간·주말 근무로 주 80시간 이상 일하기도 하는데 52시간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이라며 “특히 1월부터 만감류가 본격 출하되는데 제도 시행시기와 맞물려 걱정이 크다”고 했다.

문제는 뚜렷한 해법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지난해부터 APC를 근로기준법 예외조항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허공 속 메아리’였다. 송인호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당장 내년부터 농업법인이 운영하는 일부 APC도 제도 적용을 받게 되는데 지금으로선 각자도생뿐”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제한으로 발생하는 일손 공백은 인력을 충원해 해결하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진 상무는 “법정 임금에 돈을 더 얹어준다고 해도 사람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도 생겼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APC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처럼 APC가 인력 공백을 채우지 못할 경우 출하 지연에 따른 상품성 저하 등으로 농가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도시와 인접한 곳 등 일부 지역에선 인력 충원이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APC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농가 수취가격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에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사업장에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대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인명 보호, 안전 확보를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 ▲갑작스러운 시설 고장 등 돌발적 상황이 발생해 이를 수습해야 할 경우 ▲통상적인 상황보다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신청할 수 있다. 제주지역에선 감귤 선별·포장 작업을 ‘통상적인 상황보다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로 봐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고용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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