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돌봄·고용 돕는 ‘사회적 농장’

입력 : 2020-10-23 00:00 수정 : 2020-10-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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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북 완주의 사회적 농장 ‘은혜의 농장’을 찾은 경증 치매 어르신들이 화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완주=김병진 기자

전북 완주 ‘은혜의 농장’ 가보니

경증 치매 노인들 찾아 화분만들기·양파심기 체험

장애인들은 농산물 길러 로컬푸드직매장 등에 납품

“은퇴자 등 도시민 연계 일거리 제공·소득 창출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뜩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장애인·독거노인·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더 깊은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복지시설이 문을 닫고 복지사업도 축소되면서 이들은 몸도 마음도 갈 곳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농장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돌봄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취약계층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농촌에서 달래려는 도시민들도 사회적 농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사회적 농장 가운데 모범으로 꼽히는 전북 완주의 ‘은혜의 농장’을 21일 찾았다.

“요즘 바깥에 통 못 나가서 답답했는데 나오니까 가슴이 탁 트이네요.”

이 농장은 장애인 거주시설 ‘은혜의 동산’이 운영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지원을 받는다. 이곳은 취약계층을 위한 농장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날은 경증 치매 노인 18명이 방문했다.

프로그램은 화분 만들기, 떡 만들기, 양파 심기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양파 심기가 인기를 끌었다. 농사일이 뭐가 그리도 반가운지 어르신들은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 모종을 척척 심었다.

한평생 농사를 지었다는 김모 할머니(90)는 “아들이 말려서 농사일을 못하는데 오랜만에 흙을 만지니 옛 생각이 나서 좋다”고 웃어 보였다. 이상옥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팀장은 “시설에 머무는 대신 야외에서 농장활동을 하면서 돌봄을 받을 수 있어 어르신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두번은 은혜의 동산에 거주하는 장애인 10여명을 대상으로 농장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곳 비닐하우스 바닥이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편평하게 제작된 이유다. 장애인들이 기른 농산물은 로컬푸드직매장과 공공기관에 납품되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 일부는 장애인에게 돌아간다. 농장장 임경화씨는 “장애인들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직접 무언가를 생산해 소득을 낸다는 점에서 자긍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농장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농업이 농촌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농업은 농업이 단지 농작물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를 돌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면서 “사회적 농업을 통해 농촌지역의 돌봄·고용 공백을 줄일 수 있고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을 해소하고자 사회적 농업에 관심을 두는 도시민이 늘면서 사회적 농업이 도시와도 연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사회농업, 전통농업 이상의 가치’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시와 연계한 사회적 농업을 통해 은퇴자와 질환자 등 취약계층에게 소일거리 등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소농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국내 사회적 농업은 걸음마 단계다. 전문가들은 ‘판을 만드는 일’이 과제라고 본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사회적 농업의 가치를 적극 알리고 뜻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완주=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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