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피해보전직불금 쥐꼬리 사태 왜? 농산물값 10% 하락분 농가가 떠안아

입력 : 2020-07-17 00:00 수정 : 2020-07-23 11:59

농산물값 10% 하락분 농가가 떠안아…수입기여도까지 반영

기준값 평년치 90% 반영해 해당연도 값 빼 피해액 산출

여기에 수입기여도 곱하면 직불금 지급 단가 크게 하락

발동 요건 등 개선 목소리


2015년,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이하 FTA 직불금) 지급 대상으로 콩·감자·고구마·체리·멜론·노지포도·시설포도·닭고기·밤 등 9개 품목이 선정됐다. 품목별로 단가 차이가 컸는데, 밤은 1㏊(3000평)당 419원에 그쳤다. 당시 밤농가들 사이에서 “직불금 신청을 위한 교통비도 안 나오겠다”는 아우성이 나왔고 밤농가의 FTA 직불금 신청률은 7.3%에 그쳤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FTA 직불금 지급 대상품목(돼지고기·녹두·밤) 가운데 밤 단가가 1㏊당 655원으로 잠정 결정돼서다. 이렇듯 ‘쥐꼬리 직불금’ 사태가 반복해서 벌어지는 이유는 FTA 직불금을 산정하는 산식이 워낙 보수적으로 설계된 탓이다.


◆FTA 직불금 어떻게 산출하나=FTA 직불금 발동 요건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전체 수입량이 평년치보다 많을 것(전체 수입량 요건) ▲FTA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평년치보다 많을 것(개별국 수입량 요건) ▲국내산 가격이 평년치의 90% 아래로 떨어질 것(국내산 가격 요건) 등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들 요건은 FTA 직불금 단가를 결정하는 산식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산식은 ‘(기준가격-해당연도 가격)×보전비율(95%)×수입기여도’이다. 여기서 기준가격은 ‘직전 5개년 중 최고·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 평균가격의 90%’를 말한다. 수입기여도란 FTA로 인한 수입량 증가가 해당 품목의 가격 하락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한 지수다.

산식에 따르면 올해 FTA 직불금 지급 대상품목의 품목별 단가(잠정)는 돼지고기 6300원(1마리당), 녹두 6만1000원(1㏊당), 밤 655원(1㏊당)이다. 향후 농가의 직불금 신청 현황에 따라 단가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잠정 단가보다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르는 일은 없다. 이렇다보니 밤농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크게 일고 있다.


◆가격 요건 지나치게 보수적=올해 밤처럼 쥐꼬리 직불금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FTA 직불금 발동 요건 중 세번째인 국내산 가격 요건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내산 가격이 평년치의 90% 이하로 떨어져야만 직불금이 발동한다. 10% 미만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그 피해는 농가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직불금 산식에 기준가격(평년치의 90%)으로 반영돼 있어, 기준가격에서 해당연도 가격을 뺀 ‘피해가격’ 자체가 낮게 산출된다.

이에 대해 제도의 목적과 어긋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가격이 단 1%만 하락해도 피해가 발생한 것인 만큼 국내산 가격 요건을 평년치의 90%가 아니라 100%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현재의 보전비율 95%를 90% 정도로 하향 조정해 농가의 자구적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기여도 따라 단가 더 낮아져=피해가격에다 수입기여도를 곱하면 직불금 단가는 더욱 낮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FTA 직불금 지급 대상품목의 품목별 수입기여도는 돼지고기가 36.8%, 녹두가 23.1%인 반면 밤은 1.5%에 불과하다. 다른 두품목과 견줘 밤의 직불금 지급 단가가 현저히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밤 지급 단가가 너무 낮아서 아예 지급 대상품목에서 제외할까도 고려했었다”며 “그렇지만 FTA 폐업지원금 대상품목이 FTA 직불금 대상품목 중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밤농가의 폐업을 지원하고자 FTA 직불금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심지어 수입기여도가 0.5% 미만으로 결정되면 가격 하락에 수입이 끼친 영향이 거의 없다고 판단,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FTA 직불제가 발동하지 않기도 한다.

이처럼 수입기여도가 FTA 직불금 발동 여부와 단가 결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만큼 농가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입기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이사장은 “몇가지 조건만 전제한다면, 총공급증가량 중 수입량증가분처럼 수입기여도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게 농가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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