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재배사·축사?…실제로는 편법 ‘태양광발전’

입력 : 2020-06-24 00:00 수정 : 2020-06-30 18:37

전용 허가 필요 없는 농지이용시설 악용 ‘속출’

기존 구조물 활용할 경우 판매값 가중치도 줘 횡행

주변 작물 피해·경관 훼손

농식품부, 제한 방안 검토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청용2리 주민들은 올 1월 시청 앞에서 태양광발전시설 반대집회를 했다. 마을 농업진흥구역 논 한가운데 1300㎡(약 400평) 규모로 들어선 태양광시설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시설은 버섯재배사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 위에 설치됐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들녘엔 축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너른 농지 사이에 지은 축사 지붕 위엔 어김없이 태양광시설이 보인다. 주민들은 “앙상하게 뼈대만 세운 축사에서 소를 키울 수 있겠냐”며 “농지에 태양광발전을 하기 위한 편법 축사일 것”이라고 했다.


가축 사육이나 농작물 재배를 하겠다며 농지에 축사·버섯재배사를 지어놓고선 실제로 농업 생산이 아닌 전기 생산에 열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산지 태양광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자들이 농지이용시설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을 노리고 논밭에 형식적으로 설치한 농지이용시설이 주민과의 마찰은 물론 농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정돈된 농지 위에 축사 등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 경관을 저해하는 건 물론 주변 작물 생육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최영학 충북 청주시 청용2리 이장(69)은 “외지인이 마을 농지를 사들여 버섯재배사를 짓고 태양광시설까지 설치했는데 법으론 제지할 방도가 없다고 한다”며 “주변 농사에 영향이 있을까 신경 쓰이고, 태양광 모듈은 시간이 지나면 화학약품으로 세척해 관리한다는데 농지 오염도 우려된다”고 했다.

농지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려면 까다로운 전용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축사·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농지에 있는 건물을 활용하면 태양광시설을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기존 구조물을 활용한 태양광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은 신·재생 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가격에 1.5배의 가중치까지 적용해줘 사업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면서 2018년 5월부터 건축물 준공시기와 관계없이 태양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자 태양광발전을 위해 축사 등을 건축하는 ‘주객전도’ 현상마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런 목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가 처분이 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충남 당진시는 2018년 대호간척지 일대 1만6566㎡(약 5000평)에 버섯재배사 48동을 짓겠다는 한 농업회사법인의 건축 신청을 태양광 설치 목적으로 판단해 ▲우량농지 연쇄 잠식 ▲주민들의 환경상 이익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가 법인으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당진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태양광 사업자들이 법적 권리를 내세워 농지이용시설의 건축 허가를 요구하면 무작정 이를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농지이용시설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농지에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건축물 2284개 가운데 91개(3.5%)가 부적합, 247개(9.4%)가 부적합 의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를 고려해 경기·강원 전 지역과 전국 돈사를 제외하고 수행한 것이어서 실제 부적합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당시 현장에선 축사 4동에 고작 염소 20마리를 키우고 있거나, 버섯 재배를 위장해 폐목만 덩그러니 설치한 경우 등 형식적인 운영 사례가 속출했다.

농지이용시설에 태양광 설비 장착이 활발히 이뤄진 시기는 2014년(1038개), 2015년(678개), 2018년(345개) 순이었다. 2013년 12월 농업진흥구역 내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시설 설치 허용, 2018년 5월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시설 설치 가능 건축물의 준공시기 규정 폐지 등 관련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농지이용시설을 해당 용도로 3년 이상 이용해야 태양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동·식물 관련 부적합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은 REC 공급을 보류하는 등 기준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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