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쫓아내고…농촌 노인학대 심각

입력 : 2020-06-22 00:00 수정 : 2020-06-30 18:39

노인인권 연구기관 보고서

지난해 전체 건수 1.1% 증가

충북·경북 등은 14% 이상 늘어 가부장적 문화로 신고도 적어

보호기관 인프라 보강 절실

#전남에 거주하는 노인 A씨는 배우자와 다투다 신체 여러 부위에 상처를 입었고, 급기야 집에서 쫓겨났다. 갈 곳이 없어진 A씨는 지방자치단체의 신고로 전남 학대 피해노인 전용쉼터에서 2개월여간 치료·보호를 받았다.

이후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학대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식들조차 학대를 방임하고 있다.

노인학대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농촌지역 사정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인권 정책 제안 및 연구기관인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최근 발간한 ‘2019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노인학대는 1만6071건이었다. 2018년 1만5482건보다 3.8% 증가했다. 신고건수 중 실제 노인학대로 밝혀진 사례는 5243건이었다. 2018년 5188건보다 1.1% 증가한 수치다.

학대 행위자 중에는 아들이 31.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배우자(30.3%)였다. 학대 행위자 중 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15.4%에서 5년 새 2배로 뛰었다. 학대 발생 장소는 집이 84.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고령화율이 높은 농촌지역의 노인학대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자체별로 보면 충북의 학대 사례가 175건으로 2018년(139건)보다 26%나 증가했고, 전북(233→266건)과 경북(431→492건)도 각각 14% 늘었다. 학대 피해 노인을 직업별로 살펴보면 무직을 제외하고는 농·어·축산업 종사자가 179명으로, 단순노무종사자(229명) 다음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실제 농촌지역의 노인학대는 신고건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북지역의 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은 농촌에서는 학대를 당해도 학대라고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촌지역 노인뿐 아니라 학대 피해를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주민을 대상으로도 노인학대 관련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교통여건이 열악한 농촌에는 찾아가는 교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신고자 중 상당수가 이미 (신고해야 한다는) 인지가 있거나 기관의 홍보를 통해 신고한 경우”라며 “노인학대 예방 교육과 홍보의 효과를 방증하는 것인 만큼 지속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학대문제를 관리하는 보호기관의 인프라 보강도 절실하다. 전남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상담원 4명이 373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1명당 93건꼴로, 전국 평균 59.1건을 크게 웃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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