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건지는 농사’ 이번엔 실현될까

입력 : 2020-06-15 00:00 수정 : 2020-06-15 23:36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관련

여야 법 개정안 발의 잇따라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가 실현되도록 국가의 예산 지원 근거를 담은 법안이 국회에 잇따라 제출됐다. 수십년째 농민들이 호소해온 ‘생산비는 건지는 농사’가 21대 국회에서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은 8~11일 연달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1일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경북 상주·문경)도 비슷한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이 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국가가 농가에 차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선별적으로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가 지원 없이는 제도의 안정과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대 국회에서 비슷한 ‘농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정부 반대 등으로 폐기 수순을 밟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슈퍼여당’으로 불리는 민주당 의원이 대거 발의해 정부를 설득·압박할 동력이 마련된 데다 야당과 농업계도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서다. 원(院) 구성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배치가 유력한 위성곤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자신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윤재갑 의원과 임이자 의원도 21대 1호 법안으로 ‘최저가격보장법’을 내세우며 “농산물값 폭락에 따른 농민 고통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법안을 병합 심사하는 과정에서 각 개정안이 지닌 차이가 논의를 활성화하는 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승남 의원의 개정안은 정부 차원에서 기초농수산물보조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구분 없이 대상 품목과 기준 가격(최저생산비)을 정하도록 했다. 다른 개정안은 대상 품목 등을 정하는 문제는 지자체 소관으로 전제했다. 윤재갑 의원의 개정안은 농산물 생산비에 유통비를 더한 금액으로 기준 가격을 정하고, 이같은 최저가격 보장이 어려운 지자체는 농어업재해보험으로 대체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재정 부족, 대상 품목 과잉재배 우려 등의 이유로 최저가격보장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무·배추·마늘·양파·고추·대파 등을 대상으로 한 현행 채소가격안정제가 사실상 최저가격보장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소가격안정제는 많은 품목과 농가를 포괄하기엔 한계가 분명한 제도라는 게 농업계의 판단이다. 쌀 변동직불제 폐지로 여유가 생긴 농업보조총액(AMS)과 최소허용보조(De-minimis)를 적절히 운용하면 재정 조달은 어렵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채소류의 가격변동성이 심한 탓에 농민들이 매년 어떤 농사를 지을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잉생산을 유발하지 않는 조건에서 농민들이 어떤 품목을 선택하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가격안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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