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제 소농직불금 면적기준·지급단가 수정해야”

입력 : 2020-04-06 00:00 수정 : 2020-05-26 21:55
정부는 1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를 완료했다. 이제 이달말까지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마친 후 5월 공익직불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익직불제 개편 협의회’.

시행령 개정안 관련 농민단체·전문가·농촌현장 의견은

경지 1.5㏊가량 가진 농가 지원 늘려야 소득불균형 해소

소농직불금 관련 시행령에 ‘120만원 이상’ 문구 명시를

비진흥지역 논·밭 차별 직불제 근본 취지와 배치

선택직불제도 재설계 제안 경관보전 등 개념 명확히 재배면적 조정의무도 반발
 


공익직불제 준비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정부는 2월21일~4월1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추가 의견을 수렴했다. 입법예고는 공익직불제 세부방침에 대한 최종 조율절차인 만큼 일부 항목의 개선·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농민단체와 전문가·농촌현장에서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을 짚어본다.



◆직불금 지급 기준·대상=첫 도입되는 ‘소규모농가직접지불금(소농직불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소농직불금 면적기준(0.5㏊ 이하)과 지급단가(120만원)의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제시한 수준으로는 농가소득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우리나라 농가 평균 경지면적은 1.5㏊가량이고, 1.5㏊ 미만 농가가 전체의 65% 정도를 차지한다”며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균 경지면적을 가진 농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당장 어렵다면 대상 확대 계획이라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소농직불금 관련 시행령에 ‘120만원 이상’이란 문구를 명시해 지급단가 확대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면적직불금 지급상한면적도 도마에 올랐다. 개인 지급상한면적을 30㏊로 규정하는 방침은 기존 대농 중심의 직불금 문제를 고착화한다는 지적이다. 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30㏊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몇몇 대농에게 직불금을 퍼주는 격”이라며 “소농과 대농간 직불금 격차를 완화하려면 상한·하한 면적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논·밭 비진흥지역 단가 차등=정부는 농업진흥지역 논밭에 같은 면적직불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비진흥지역 논과 밭에는 차등을 두는 방안을 내놔 밭농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직불금을 받게 됐다. 당초 정부가 논밭 작물에 동일 금액을 지급한다는 취지를 밝혔던 만큼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제주도나 강원도처럼 밭 대부분이 비진흥지역인 곳에선 불만이 많다”며 “(공익직불제 예산으로) 최소 3조원을 기대했는데 그보다 적은 2조4000억원이 책정되면서 일부 지급단가가 깎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확산시킨다는 공익직불제의 근본 취지와 논밭의 차등화는 배치된다”고 평가했다.

◆선택직불제=선택직불제 운용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직불제 틀을 만드는 데 치중하다보니 선택직불제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친 것 같다”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면 선택직불제가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승룡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선택직불제에 포함된 친환경농업직불제나 경관보전직불제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작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친환경농업직불금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박종서 친농연 사무총장은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상한면적을 5㏊에서 면적직불금과 같은 30㏊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많은 농가가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생태·환경에 기여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농약농산물 친환경농업직불금 3회 지급 규정 폐지 ▲선택직불제 대상 확대도 요구했다.

◆재배면적 조정의무 부과=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재배면적 관리가 필요한 경우 생산자단체 대표 등과 협의를 거쳐 재배면적 조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일부 농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의 경작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일본·유럽연합(EU)·미국 등 농업 선진국도 생산조정을 통한 수급정책을 시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밀려드는 외국산 농산물에 관한 대책 없이 국산 생산량만 조절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심각한 갈등을 가져올 수 있는 독소조항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생산은 기후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산조정으로 수급조절이 가능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타=정부의 세부지침에 따르면 2017~2019년 직불금을 한번도 받지 않은 농지는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직불제 개편에 따라 대상 농지가 급증하거나 재정규모의 변동성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자 ‘과거 직불금 수급실적’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불금이 적고 신청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과거 직불금을 받지 않았던 소규모 농가가 직불제 대상에서 계속 배제된다는 점이다. 공익직불제는 농업활동으로 공익 증진에 기여한 농민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럼에도 현재가 아닌 과거의 기여분을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점은 문제라는 게 농업계의 지적이다.

직불금 수령을 위한 농외소득 상한기준 역시 논란거리다. 시행령대로라면 농외소득이 3700만원 이상인 농민은 직불금을 받을 수 없다. 쌀 직불금 지급 대상을 정할 때부터 10여년간 유지해온 이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민 김모씨는 “귀농인의 45% 이상은 겸업농으로, 농가소득 가운데 농외소득 비중이 큰데 농사로 공익적 기여를 하면서도 직불금 대상에서 배제되는 건 불합리하다”며 “농외소득 3700만원 초과 땐 직불금을 감액지급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혜·홍경진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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