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 세금혜택 없으면 농가실익 줄고 농·축협 기반 휘청

입력 : 2020-03-27 00:00 수정 : 2020-03-27 23:28

조세감면 항목 20개 연말 종료…농촌경제 ‘빨간불’

농업용 기자재 부가세 면제 농민들 연 1조1500억원 절감 폐지 땐 농업생산 기반 악화

조합 법인세 세율 높이면 농가 지원사업 감소 불가피

상호금융 예·적금 등 과세 예탁금 16조원 이상 이탈

농·축협 신용사업도 타격
 


올해말로 종료되는 농업분야 주요 국세·지방세 감면 항목은 20개에 달한다. 농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조합이 판매하는 3000만원 이하 예탁금에 대한 이자소득 비과세 등이다. 이러한 감면을 통해 농민과 농·축협이 보는 혜택은 2019년 기준 1조7611억원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들 감면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농민과 농·축협이 입게 되는 직접적인 손실만도 이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농민의 실익이 줄어들고 농·축협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농민에게 공급되는 비료·농약·사료·농기계 등 농축산 기자재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정부는 농민의 영농비 경감을 위해 1989년부터 이들 농축산용 기자재에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농업분야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 중 하나로, 농민들은 이를 통해 1년에 약 1조1500억원에 이르는 세금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그동안 이 제도는 비교적 수월하게 일몰 기한이 연장됐다. 정치권과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이 제도를 10년(2012~2021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이 다 돼가면서 연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농업생산비 중 이들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제도가 폐지되면 농업경영비의 급격한 증가로 농업생산 기반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조합 법인세 당기순이익 저율 과세=현재 일반법인은 당기순이익(과세표준)의 10~25%를 법인세로 낸다. 반면 농협·신협 등 개별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법인은 당기순이익 20억원 이하는 9%, 20억원 초과분은 12%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농·축협은 경제적 약자인 농민의 자조조직이기 때문에 농민 실익 지원사업 확대 및 유지를 위해서는 조세 감면이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혜택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은 원래 9% 단일세율이었지만, 재정당국은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 20억원 초과분에 12%를 물리는 분리과세로 바꿨다. 당시 재정당국은 10억원 초과분에 17%를 매기려고 시도했지만 농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한발 물러섰었다. 재정당국이 올해말 일몰을 앞둔 조합 법인세 저율 과세를 축소 또는 폐지하면 농·축협의 농민 실익 지원사업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축협은 비영리법인으로서 농민·서민을 위한 공익적 사업 수행을 통해 사회 양극화 해소 등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지속적인 세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금융 예·적금 등 비과세=지역 농·축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취급하는 3000만원 이하 예탁금(예·적금)에 대한 이자소득세와 1000만원 이하 출자배당금·이용고배당에 대한 비과세도 올해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2021년부터 5%, 2022년 이후부터는 9%의 세율로 과세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들 비과세제도를 축소하려고 여러차례 시도했다. 2018년에는 비과세 혜택을 조합원·회원에게만 주고 준조합원은 제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자 농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준조합원의 예탁금이 썰물 빠지듯 이탈해 농·축협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준조합원에게도 동일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정부는 올해말 다시 일몰이 도래하는 이들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탁금에 대한 이자소득세 비과세가 폐지되면 56조5258억원에 달하는 예탁금 가운데 16조2794억원이 이탈해 농·축협의 손실이 3728억원(조합당 3억3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축협 신용사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출자배당금도 과세로 전환되면 농·축협의 자기자본 확충이 어려워져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출자는 농·축협의 유일한 자본조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기타=농지에 대한 증여세 감면도 올해말 종료된다.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직접 경작하는 자경농민이 18세 이상의 영농자녀(후계농업인 포함)에게 일정 면적의 농지·초지·산림지를 증여할 때 부과되는 증여세를 감면하는 제도다.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인력의 세대교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증여세 감면은 연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8년 이상 가축사육에 사용한 축사용지를 폐업을 전제로 양도할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감면과 농가목돈마련저축 이자소득세 비과세, 농민이 직접 수입하는 농업용 기자재의 부가가치세 면제, 농촌주택·고향주택 취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특례도 올해말 줄줄이 일몰을 앞두고 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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