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감면 사라지나…농촌경제 ‘비상’

입력 : 2020-03-27 00:00 수정 : 2020-03-27 23:26

농업분야 20건 연말 일몰 예정

재정당국, 기한 연장 비우호적 코로나19로 축소 움직임까지

농업용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비과세 예탁금…존립 불투명
 


농업경쟁력 강화와 농촌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던 주요 조세감면제도의 일몰 기한이 무더기로 다가오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와 농협에 따르면 올해말로 비과세·감면 혜택이 끝나는 농업분야 조세감면제도는 모두 20건에 달한다.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조합 법인세 당기순이익 저율 과세’ ‘조합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비과세 예탁금)’ 등 국세 관련 제도가 9건이다. 지방세 관련 조세감면제도는 ‘자경농민 경작 목적 농지·농업시설 취득세 감면’을 비롯해 모두 11건이다. 이들 제도를 통한 세제 혜택은 연간 1조7611억원(2019년 기준)에 이른다. 국가의 농업 보호와 육성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정신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부과한 뒤 받지 않거나 깎아주는 방식으로 농업·농촌·농민을 지원해온 것이다.

20건 모두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정부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 재정당국은 농업 생산과 연계된 조세감면제도는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농협 관련 제도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 확대 기조에서는 세금을 새로 만들거나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적은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를 통해 세입예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재정당국이 심층평가 대상에 올린 ‘조합 법인세 당기순이익 저율 과세’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일반법인은 당기순이익의 최대 25%를 법인세로 낸다. 반면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조합법인은 9~12%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전국 1118개 농·축협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 법인세 특례가 폐지되면 농·축협 한곳당 평균 1억5000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축협의 대표적 금융상품인 비과세 예탁금도 위험하다. 이런 상품이 사라지면 농민과 농촌주민의 저축 의욕이 떨어지고, 자칫 급격한 예금이탈로 서민금융기관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예금이탈에 따른 손실은 3728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농·축협 한곳당 3억원 이상의 이익이 감소하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비과세 예탁금을 폐지하면 825억원의 세수가 늘어나지만, 농업분야는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면서 “농촌경제가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도 농업 관련 조세감면제도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농업계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농정공약으로 “농업부문 조세감면제도 연장을 통해 농가소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비과세 예탁금을 꼽으며 특례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통합당도 총선 공약을 통해 “농어민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려 비용을 절감하고 소득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비과세 예탁금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예탁금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 결정, 코로나19 여파 등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정부가 긴급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에서도 농업은 철저히 소외됐다”면서 “정치권에서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조세감면제도 연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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