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팽이버섯값 급락 왜?…미국발 보도 ‘나비효과’

입력 : 2020-03-23 00:00 수정 : 2020-03-23 23:52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산 팽이버섯.

리스테리아균 사망 관련 현지서 질병 원인 조사 불구

한국산 버섯에 균 검출되자 해당 버섯 먹고 숨졌다 보도

국내 언론도 받아쓰기로 일관

결국 수출 중단·값 반토막 다른 품목 동반 하락도 우려
 



5㎏들이 한상자당 1만원을 웃돌던 팽이버섯 도매가격(상품 기준)이 일주일 사이 7000원대로 급락했다. 면역력 강화에 좋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터라 이례적인 값 폭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전말을 캐보니 영락없는 ‘나비효과’였다. 그것도 이역만리 미국에서 불어온.



◆한국산 팽이버섯 먹고 숨졌다?=발단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9일(현지시간) 내린 한 리콜(회수)조치였다. CDC는 이날 캘리포니아 선홍푸드의 팽이버섯을 건강위험성을 이유로 회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것을 미국 CNN·MSNBC 등 현지 언론이 “한국에서 수입된 팽이버섯을 먹고 미국에서 4명이 사망하고 32명이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내 언론의 받아쓰기 한몫=매우 충격적인 내용임에도 SBS·MBC·YTN 등 국내 언론은 12일 이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했다. SBS 등의 기사엔 “미 질병센터, 한국산 팽이버섯 먹고 4명 숨져…2명 유산”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CDC가 “선홍푸드에서 공급한 팽이버섯이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며, 이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현재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적시한 내용은 빠져 있다. 버섯 전문가들이 이번 일을 무성의한 CDC 발표와 무책임한 국내외 언론이 빚은 대참사로 보는 이유다.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2016년 11월~2019년 12월까지 리스테리아균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한 환자가 36명, 사망자가 4명이며, 이중 역학조사를 진행한 22명 중 12명이 각종 채소류와 버섯류를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와 관련한 농산물 중 샘플로 수거한 선홍푸드 공급 팽이버섯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돼 CDC가 회수조치한 것이고, 해당 팽이버섯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출 중단에 국내 값 폭락까지=나쁜 소문은 빨리 퍼지는 걸까.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12일 1만306원이던 팽이버섯 5㎏들이 상품 경락값은 이튿날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20일 7710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수출도 사실상 끊겼다. CDC 발표로 인해 미국 내 한국산 팽이버섯은 전량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선홍푸드는 한국산 팽이버섯을 수입해 현지 마트에 독점 공급하는 중간유통업체다.

◆앞으로가 더 문제=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으로 팽이버섯을 수출하는 업체 4곳을 조사한 결과 2곳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리스테리아균은 70℃ 이상에서 3~10분 이상 가열 조리 후 섭취하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생산·유통 과정에서 위생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팽이버섯은 국내 8개 생산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데 이중 대흥농산과 그린피스 등 2곳이 전체의 70%를 점유한다. 수출도 꽤 많아 2019년에만 국내 생산량 5만1512t의 26%인 1만3142t이 수출됐다. 미국은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내수물량 증가에 따라 더욱 큰 폭의 값 하락이 우려된다.

김병철 농협버섯전국협의회장(경북 신경주농협 조합장)은 “버섯은 한품목 가격이 떨어지면 (다른 품목 가격도) 연쇄적으로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느타리·양송이·표고 버섯농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날씨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팽이버섯을 둘러싼 작은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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