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농식품부 새해 핵심 업무는 일자리?

입력 : 2020-02-14 00:00 수정 : 2020-02-15 23:23

창업과 귀농·귀촌 지원 방점

공익직불제 도입하지만 농업·농민·농촌보다는 국민과 도시 주객전도 우려



‘일자리’에 파묻혔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새해 업무계획 얘기다. 조짐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확산하면서 청와대는 방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1월21일 국방부·국가보훈처를 마지막으로 업무보고를 중단했다. 이후 21일 만에 부처 업무보고는 재개됐고, 슬로건은 ‘국민과 함께하는 더 좋은 일자리-반등을 넘어 체감으로’로 정해졌다. 신종 코로나를 이유로 민생경제를 언제까지나 서랍 속에 넣어둘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제만 보면 고용노동부가 핵심일 터다. 그런데 농식품부·환경부를 같이 묶었다.

농식품부는 ‘야심 차게’ 준비했다. 2019년도 정부업무평가에서 최상위 ‘S’등급을 유일하게 받은 부처라는 자부심과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농식품부는 요구받은 화두에 걸맞게 핵심과제 이행계획을 만들었다.

곳곳에 고민한 흔적도 엿보였다. 농촌 유입 인구를 2040세대와 5060세대로 구분해 세대별 애로사항을 점검한 뒤, 창농업과 귀농·귀촌으로 맞춤 지원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젊은 피’는 패기가, 중장년은 신중함이 강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젊은 피는 기존 농가들에 ‘젖과 꿀’이 흘러야 들어온다. 집토끼가 삐쩍 말라 있는데 어느 산토끼가 오겠는가. 사실 농업·농촌 일자리 확충은 지난해 업무보고 때도 담긴 것이다. 양곡관리사 등 새로 도입하겠다던 직종은 어떤 실적을 올렸을까. 돈이 있는 곳엔 사람이 알아서 모인다.

물론 농식품부의 ‘무기’가 없는 건 아니다. 2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공익직불제가 있다. 논밭 상관없이 0.5㏊(약 1500평) 이하 소농에게 연간 120만원을 지급하고, 그외 농가에 대해서도 기존보다 많이 지급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농민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역력하다. 하지만 직불제는 어디까지나 소득보전 성격이다. 창이라기보다는 방패다.

청와대 업무보고가 끝난 후 농식품부는 ‘서면 보고자료’를 발표했다. 전체 19쪽 중 14쪽에 이르러서야 ‘농산물 가격 급등락 최소화’ ‘가축질병 발생·확산 차단’이 등장했다. 그동안 전화조사에 의존했던 농업관측을 실측조사로 전환하고,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을 조성해 농민 스스로 수급조절을 하도록 한다는 게 뼈대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산지(공판장·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소비지(중도매인·유통업체)를 바로 잇는 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담겼다. 저소득층 대상의 농식품 바우처 도입, 초등학교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속 제공, 임산부 대상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급 등 국산 농산물의 수요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좋지만 새벽배송·페이전쟁 등 이미 달라진 소비지 유통여건을 고려하면 안이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류 유통망 중심의 산지유통 정책에 대한 체질개선 또한 시급하다. 가축질병 차단도 축산농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게 거의 전부이고 신종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농축산물 소비 진작 대책은 정작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농식품부 업무계획이 ‘농민과 농촌은 안 보이고 국민과 도시만 보인다’는 일부의 평가가 나온다. 농업과 농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과 도시에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농민과 농촌엔 의무와 책임만을 강조해서는 곤란하다. 지금의 농민·농촌이 없다면 농정 또한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김소영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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