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예산, 농업의 공익성 제고·환경 보전 위한 개편을”

입력 : 2020-01-15 00:00 수정 : 2020-01-18 23:53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13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개최한 ‘중점연구용역 보고 및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농업예산 개편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농특위, 농정예산 리모델링 연구용역 보고·토론회 열어

농업·농촌의 인식 변화로 지속가능성·다기능성 중요

현행 예산은 공모제 위주 집행 보조금도 소득이전 효과 적어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공익기여지불 지출 늘려야

품목별 유사·중복 사업 과감한 조정 필요도 강조

보조사업 예산감축 신중히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농정의 틀 전환을 위해 농정예산 리모델링 작업이 어느 정도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농정예산의 구조가 대폭 개편되면 이를 집행하는 농정조직과 관련 정책도 크게 변화하게 된다. 중장기 농업·농촌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가 되는 셈이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는 13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중점연구용역 보고 및 토론회’를 열어 농정예산 개편 등 농특위가 진행 중인 연구과제에 대한 중간보고를 듣고 의견을 공유했다.

이명헌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하면서 지속가능성과 다기능성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현행 농정예산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똑똑하고 발 빠른 사람이 예산을 차지하게 돼 있는 공모제 위주의 예산집행도 문제로 꼽았다. 일례로 유통원예분야는 지원사업이 41개나 되고, 그에 따른 대상자 선발기준과 지원액이 모두 다를 정도로 복잡하다. 반면 유럽연합(EU)에서 공동시장질서규칙(CMO)의 인증을 한번 받은 조직은 CMO 규정만 지키면 전년 매출액의 4.1% 범위에서 예산을 매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농업보조금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약하고 정부가 쓴 보조금이 농가에 다 전달되는 것이 아니어서 소득이전 효율도 떨어진다”며 “기준에 따른 보편적 지불 중심으로 예산집행 방식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높일 수 있는 농업기여지불과 환경·경관 보전 등에 필요한 농촌개발 예산을 중점적으로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와 유사한 EU의 사례를 참고하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의 25~38%에 해당하는 금액을 농업기여지불 및 농촌개발 관련 사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 기준 2조8000억원 수준인 사업예산을 2022년 이후 4조~6조원으로 확대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미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성과관리센터장은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는 현시점이 정책프로그램을 확대하거나 정리하기에 적합한 시기”라며 “공익성을 개편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또 “기금사업 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피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품목별 보조사업들이 유지되고 있는데 유사·중복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회에선 기존 보조사업 예산을 감축해 직불금 재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투입재 보조사업 예산이 많지 않고, 감축과정에서 현장 농민 등의 반발이 거셀 것이란 신중론도 나왔다. 박범수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예산의 구조를 바꾸고 모양을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 예산 편성과정에선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문제가 당면과제인 게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예산구조 변경에 대한 농업현장의 요구가 응집된다면 국회·기획재정부 등에 정치력을 발휘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획관은 “공모제에 대한 비판을 많이 듣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외압에 의해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며 “어떤 기준으로 공모방식을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그런 의견도 연구과정에서 검토해달라”고 했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농업예산은 농가 소득보전이란 명분보다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공익기여지불이란 관점에서 지출을 늘려가야 한다”며 “구체적인 목표치는 향후 로드맵에 따라 정해야겠지만 문재인정부 임기 말까지 공익기여지불 예산이 전체 농업예산의 30%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농특위는 정부의 2021년 예산안 편성지침이 3월말에 확정되는 점을 감안, 2월말까지는 예산구조 개편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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