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재배시설, 관람시설로 써도 농사용 전기료 적용해야”

입력 : 2019-12-04 00:00 수정 : 2019-12-04 23:53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아산세계꽃식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대전지법, 영농조합법인 상대 한전 소송 기각

식물원으로 일부 개방했지만 일반용 요금 청구는 안돼

냉난방시설 ‘지열히트펌프’ 처음부터 농사용으로 사용

전시관도 별도 시설 아니라 화훼시설 자체를 개방해
 


화훼재배시설의 일부를 개방해 관람용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일반용이 아닌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15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민사부는 한국전력공사가 아산세계꽃식물원 운영사인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8억9849만7510원의 전기요금 부당이익 청구소송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전이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이렇다.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사용 중인 950kW 변압기는 모두 지열히트펌프를 운용하는 데 사용된다. 한전은 지열히트펌프를 통해 냉난방을 하는 온실이 농사용(화훼재배)뿐 아니라 일반용 전기요금 대상인 관람용(식물원 운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엔 전기를 사용할 때 계량기를 분리하지 않고 농사용·일반용 목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면 농사용으로 90% 이상 사용되지 않는 한 일반용 전기요금을 부과한다고 돼 있다.

이를 토대로 한전은 일반용 전기요금의 절반 수준인 농사용을 활용해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 5년간 4억7804만9450원을 면탈했다며 위약금 4억2044만8060원 등 모두 8억9849만7510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이런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지열히트펌프의 주된 용도는 농사용”이라며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열히트펌프가 처음부터 시설원예용 냉난방시설로 도입된 것이기에 주된 용도는 농사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전시관이 별도 시설이 아니라 화훼재배시설 자체를 개방하는 것이므로 시설개방 여부와 상관없이 지열히트펌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식물원 입장권 판매시설이나 카페에서는 한전과 협의를 거쳐 별도의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일반용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지열히트펌프의 가동이 화훼재배에 미치는 효과가 90% 미만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을 가까이서 지켜본 농업계 관계자들은 “농업의 6차산업화 향배를 좌우할 소중하고 값진 판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영래 한국신지식농업인회 사무국장은 “한전은 이번 판결에서 승소하면 이를 근거로 비슷한 사례가 있는 전국 체험농가에 전기요금 부당이익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자칫하면 농업의 6차산업화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의 소송대리인인 조성호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농작물 재배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에 한해서 관람용으로 이용되더라도 농사용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라며 “농업이 체험·관광 등 6차산업으로 확장했을 때 여기에도 농업에 부여하는 혜택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항소했다. 조 변호사는 “2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으려면 1심 논리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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