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개혁·기계화로 농업발전…한국농촌 미래는 희망적”

입력 : 2019-08-15 00:00 수정 : 2019-08-15 23:54

위풍당당 한국농업 청사진, 각계 인사 55인에게 들어보니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한 키워드와 시사점은?

 

<농민신문>이 창간 55주년을 맞아 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농업분야 각계 인사들에게 한국 농업·농촌의 저력과 가능성을 묻고, 그 응답을 토대로 ‘위풍당당 한국농업’이란 청사진을 그려보기 위해서다. 조사는 7월8~25일 이메일·팩스 등으로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우리 농업의 긍정적 유전자(DNA)를 짚어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농업을 만들어갈 지혜를 제공했다. 개방형 질문에 대한 답변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하면서 키워드와 시사점을 찾아봤다. 워드 클라우드 분석은 응답 가운데 출현빈도가 높은 단어를 추출해 핵심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근대 한국농업의 발전요인은?

농지개혁이 경제 전반에 영향 ‘통일벼’ 육성으로 주곡자급화

비닐하우스 농법 확산 통해 돈 버는 농업의 기틀 조성, 기계화로 영농효율도 개선

농업에 희망이 있는 요인은? 귀농·귀촌인-청년농 증가 지역먹거리 중요성 인식확산

농업이 국민에 기여할 점은? 안전 농식품 공급해 건강증진 휴식과 치유의 공간도 제공
 

◆‘농지개혁’ ‘통일벼’ 등 농업발전에 기여=한국 농업의 근대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묻는 말에 응답자들이 주로 언급한 표현은 ‘농지개혁(21회)’이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뒤 이승만정부가 추진한 농지개혁은 농민의 토지 소유를 바탕으로 근대 농업발전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농지개혁으로 자작농 체제를 구축, 농민이 경영성과를 수취하게 되면서 중요한 경제체제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농지개혁은 농업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발전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이태호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해방 후 농지의 평등한 분배는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에게 심어줬다”고 했다.

<통일벼> 육성을 통한 주곡자급도 주요한 사건으로 꼽혔다. 수집된 답변엔 이를 뒷받침하는 ‘자급(15회)’ ‘통일벼(14회)’ ‘품종(14회)’ 등의 표현이 눈에 띄었다. 인디카 계열과 자포니카 계열의 벼를 교차육종한 <통일벼>로 쌀 자급이 실현되면서 보릿고개와 혼·분식 장려운동은 전설이 됐다. 최경환 한국농촌복지연구원장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절대빈곤 상태에서 주곡자급을 농정의 최우선목표로 삼은 결과 다수성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했다”며 “자급 달성 이후엔 일반 벼 품종개발에 주력해 품질문제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7회)’ ‘백색혁명(7회)’ ‘시설(7회)’ 표현도 많았다. 백색혁명으로 불리는 비닐하우스 농법의 확산이 폭넓은 지지를 받은 셈이다. 시설재배는 농산물 생산과 소비 양면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과일·채소의 품질이 향상되고 소비자들은 연중 신선한 농산물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이인구 바른미래당 전문위원은 “1980년대만 해도 제철과일·제철채소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됐었다”며 “시설농업으로 농작물의 연중생산 시대가 열리고 돈 버는 농업의 기틀이 조성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업의 ‘기계화(17회)’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영농효율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공신이다. 다수의 응답자들은 농업기계화 정책으로 대량 생산체계가 구축돼 급속한 농업발전이 이뤄졌고, 농가의 편익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농협(8회)’과 농업은행을 통합한 종합농협 체제의 발족을 언급한 이들도 많았다. 종합농협 창설로 1960년대 농촌지역의 고리채문제를 정리하는 등 농촌금융에 대한 근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변혁기를 근면함으로 이겨낸 농민들의 생존력과 선진국의 우수품종을 도입해 우리 환경에 맞게 발전시킨 응용능력도 근대 농업을 견인한 요소로 지목됐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1969년 독일(당시 서독)의 지원으로 설립한 한독목장은 국내 낙농 기술·인력 등을 배양하는 기틀이 됐다”며 낙농업의 역사를 회고하기도 했다.  

◆‘귀농·귀촌’ ‘지역’ ‘청년’에 희망=지금 우리 농업·농촌에 활력과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요인은 뭘까. 우선 귀농·귀촌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응답 중엔 ‘귀농(28회)’ ‘귀촌(28회)’ 관련 내용이 다수였다. 매년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하는 귀농·귀촌 인구는 50만명 안팎에 이른다. 이런 행렬은 그 자체로 농업·농촌에 비전이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한박자 늦게 가더라도 농촌에서 여유와 쉼을 누리는 삶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청년(17회)’ ‘젊음(10회)’ 등의 표현도 두드러졌다. 응답자들은 특히 농촌행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농촌을 바꾸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들이 기존 세대와 다른 농사, 다른 마케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삶을 즐기는 방식도 판이하게 달라서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귀농·귀촌 및 ‘반농반X(엑스)’의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농업·농촌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은 저성장 시대에 농업도 해볼 만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낳고 있다. 농업이 4차산업혁명 기술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이와 관련해선 ‘기술(14회)’ ‘첨단(8회)’ ‘스마트(6회)’와 ‘수출(13회)’ 등의 답변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김용환 전 팜한농 대표는 사물인터넷(IoT)·센서·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채소 생산장비 개발과 수출사례를 예시했고, 민연태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바이오, 기능성 의약품, 식품원료, 소재와 연계된 산업으로 농업의 외연을 넓혀 고부가가치를 획득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다양한 채소종자 개발로 샐러드·쌈채소 시장이 넓게 형성됐고 수출 농산물 품목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지역(22회)’ ‘마을(9회)’이나 ‘먹거리(14회)’ ‘푸드(12회)’ 같은 표현도 자주 사용됐다. 응답자들은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농정을 추진하는 사례를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농민수당제가 도입되고 이런 제도가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자치단체로 확산하는 흐름이 매우 발전적”이라고 답했다. 이덕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전북 고창, 경남 하동의 농업현장에서는 농업기술센터 은퇴인력을 활용해 수박·딸기 등 지역농산물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로컬푸드·푸드플랜 등 지역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전국 단위 먹거리정책 활성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 온라인을 비롯한 유통채널 다변화 등을 기회요인으로 보는 눈도 적지 않았다.

◆‘안전농식품’ ‘자연공간’으로 만족 선사=국민을 만족시키고 사회에 기여하는 농업·농촌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짚어봤다. 관련한 응답으로는 ‘안전(34회)’ ‘먹거리(33회)’ ‘식품(12회)’ 등 농업의 본연적 기능이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수입 농산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농산물 공급에서 농업의 순기능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우리 농업은 건강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신학기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도 “농업의 1차 목적은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가의 소득확보를 통해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 자급 등으로 식량안보를 실현하는 역할도 높이 평가됐다. 새농민회원인 김종우씨(제주 서귀포)는 “안전한 먹거리 제공은 다른 어떤 기여와도 비교할 수 없다”며 “농업을 포기하면 수출국들의 식량무기화로 그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18회)’ ‘경관(15회)’ ‘공익(11회)’ ‘자연(10회)’ 등의 표현으로 국민에게 자연경관과 쉼터를 제공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조명하는 이도 많았다. 지역축제의 원천을 제공하고 도시농업을 통한 치료·치유 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새농민회원인 제승호씨(경남 고성)는 “농업은 녹지경관을 연출해 국민의 정신건강과 정서안정에 기여한다”고 했다. 귀농인 임혜숙씨(충남 서산)는 “농촌의 자연환경은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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