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쌀 생산조정제 의무화’ 주장

입력 : 2019-08-12 00:00 수정 : 2019-08-12 23:56

농경연, 쌀 과잉공급 구조 개선방안 중 하나로 제시

농가 직불금 수령조건으로 논에 타작물재배 의무 부과

효과 빠르고 재정소요액도↓

농민단체 “지역별 여건 달라 ‘의무화’ 받아들이기 힘들어”

대상 놓고도 논쟁 벌어질 듯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이 사실상 2년 연속 목표달성에 실패하면서 쌀농가에게 생산조정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생산조정 의무화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쌀 변동직불제 개편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쌀 공급과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생산조정 의무화를 제안했다. 쌀농가에 직불금 수령을 조건으로 생산조정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직불금을 받으려면 일정 비율의 논에 벼 대신 사료작물이나 옥수수·콩 등을 심어야 한다는 뜻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생산조정 의무화는 단기간에 벼 재배면적을 줄일 수 있고 (다른 수급정책보다) 재정소요액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쌀 과잉생산문제에서 생산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쌀농가의 직불금 수령액을 쌀 수급과 연계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조정 의무화가 거론되는 까닭은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만으로는 쌀 생산면적을 계획만큼 줄이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정부는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고자 생산조정제라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1㏊당 평균 340만원씩 지원하는 게 뼈대다. 하지만 올해 생산조정제 신청면적은 3만3000㏊로 목표면적(5만5000㏊)의 6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3만962㏊)에 이어 올해도 목표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농민단체에선 생산조정 의무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물리적으로 타작물재배가 불가능한 지역도 있는 등 변수가 많은데, 이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밭작물 기계화 등 영농의 편의성을 조성해주고 타작물재배를 권장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의무화가 추진되더라도 대상을 두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쌀농가에 의무를 부과하는 안과 일정 규모 이상의 대농만을 대상으로 하는 안이 거론된다. 농경연 관계자는 “모든 농가에 의무를 부과하면 모니터링 등 과도한 행정비용을 초래할 수 있고, 대농 위주의 생산조정은 해당 농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처럼 모든 쌀농가에 생산조정 의무를 부과하되 부과된 의무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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