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여성 가정폭력, 농촌이 도시보다 빈번

입력 : 2019-07-12 00:00 수정 : 2019-07-13 23:47

여가부·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상당수 ‘그냥 참고’ 쉬쉬 30% 이주여성쉼터 몰라



전남 영암에서 한 남성이 베트남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1만2000여가구에 이르는 농촌의 실태는 어떨까. 여성가족부의 ‘2018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내놓은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봤다.



◆도시보다 농촌서 가정폭력 빈번=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이 언어적·신체적 가정폭력을 더 많이 겪었다. 심한 욕설을 얼마나 빈번하게 듣는지 1~5점으로 답해달라는 문항에 대한 농어촌 거주 여성 155명의 점수는 평균 1.6710점이었다. 반면 대도시 거주 여성 527명은 평균 1.6129점으로 이보다 낮았다. 폭력 위협(농어촌 1.2857점, 대도시 1.2738점)과 성행위 강요(농어촌 1.3032점, 대도시 1.2738점)에 대한 점수도 농어촌 거주 여성이 더 높았다.

여가부 조사에서도 이같은 현실이 잘 드러난다. 이 조사에는 인구총조사(2017년 11월 기준)에 따른 우리나라 다문화가족 2만5052가구 중 1만7550가구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다문화가족의 16.4%가 이혼·별거 중이었는데, 그 사유로 학대나 폭력을 꼽은 비중은 읍·면지역(12.5%)이 동지역(7.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농촌 결혼이민여성 가정폭력 ‘쉬쉬’=더욱이 농촌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의 상당수가 가정폭력을 쉬쉬하고 있었다. 여가부 조사 결과 부부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그냥 참는다’고 답한 비중은 읍·면지역(53.4%)이 동지역(46.2%)보다 높았다. ‘혼자서 해결방법을 찾아본다’고 답한 비중도 동지역은 14.8%인 데 반해 읍·면지역은 19%에 달했다.

특히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농촌 거주 결혼이민여성 10명 중 3명 정도는 이주여성쉼터(30.1%)나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37.5%) 등 지원제도에 대해 잘 몰랐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이란 이민자가 한국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경제·법률 등을 종합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가부장적인 문화와 중개업체 통한 결혼이 배경=농촌 거주 결혼이민여성이 가정폭력을 도시에서보다 더욱 빈번하게 겪고, 겉으로 잘 내보이지 않는 배경 중 하나로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꼽힌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농촌에는 여성·외국인을 무시하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권위주의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주위의 시선 때문에 가정폭력을 당해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 비중이 높은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친밀도가 낮은 상태에서 이뤄진 결혼이 가정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가부 조사 결과 배우자와 만난 경로로 결혼중개업체를 꼽은 비중은 읍·면지역(32.7%)이 동지역(17.1%)보다 월등히 높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력부족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여성농민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팀이 신설된 만큼 앞으로 필요한 지원대책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6월27일 과(課)단위 부서인 농촌여성정책팀을 신설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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