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거치면 북측에 쌀 빨리 전달…군량미 전용 우려도 불식

입력 : 2019-06-26 00:00

[초점] 국내산 쌀 대북지원, 왜 국제기구 통해 하나

북측과 협의하는 직접지원 절차 복잡해 상당한 시간 걸려

분배 투명성 문제도 해결 북한 주민에 식량 전달까지 국제기구가 직접 모니터링

추가지원은

올해 60만t 정도 여력 있지만 간접지원 행정비용 많이 들어 별도 예산 확보 필요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쌀 5만t을 지원키로 한 가운데 지원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옥수수나 밀가루를 WFP를 통해 북한에 지원한 적은 있지만 국내산 쌀을 간접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왜 간접지원인가=대북 식량지원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정부 차원의 직접지원과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방식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9년 만에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면서 직접지원 대신 국제기구인 WFP를 통한 간접지원방식을 택했다. 우리가 WFP에 쌀을 제공하면, WFP가 이를 북한에 가져가 배분하는 방식이다.

현재 남북관계의 소강 국면에서 북측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직접지원방식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식량을 직접지원하려면 절차가 꽤나 복잡하다. 북한당국과 식량지원 규모, 지원시기, 지원 대상자, 전달하는 항구나 육로 수송방식 등을 하나하나 협의해야 한다. 지원이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반면 간접지원방식은 WFP와 실무적인 협의절차만 거쳐도 북한에 쌀을 전달할 수 있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쌀을 군량미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WFP를 통한 지원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WFP는 북한 항구에 물품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북한 주민에게 식량을 전달하기까지 모니터링과 평가를 한다. WFP는 ‘노 액세스-노 푸드(No access-No food)’ 원칙에 따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역에만 지원 물품을 분배한다. 현재 WFP 직원 약 50명이 북한에 상주하며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이번 쌀 지원은 북한당국에 대한 지원이 아니며, 일상의 삶 자체를 위협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지원을 추진하면 식량을 운반한 선박이 북한에 다녀온 후 180일간 미국항에 입항이 금지되는 등 별도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추가지원 가능성은=우리 정부는 2000년대 들어 2007년까지 거의 매년 10만~50만t 규모의 대북 쌀 지원을 추진해왔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최근 10년 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만t은 예년에 비해 많은 물량은 아니다. WFP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5만t의 쌀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식량 생산량이 급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적 지원을 늘리려면 최소 30만t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번 지원의 진행상황 등을 고려해 앞으로 추가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지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올해 지원 가능한 물량을 60만t으로 추산했다. 4월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 122만t 가운데 공공비축용 등을 제외하면 10월말까지 지원할 수 있는 물량은 44만t이며, 여기에 수입 쌀 16만t을 추가로 지원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양곡창고에는 사료용으로 처리될 2015·2016년산 외에 2017년산이 28만t, 2018년산이 31만t 쌓여 있다. 이와는 별개로 수입 쌀이 40만t가량 보관돼 있다. 이번에 지원될 5만t은 전량 2017년에 생산된 국내산이다.

비용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직접지원보다는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쌀값 외에도 WFP가 북한에 쌀을 전달할 때까지 발생하는 비용과 모니터링비용 등 행정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5만t의 국제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인 270억원은 남북협력기금에서, 국내가격과 국제시세간 차액에 해당하는 1000억원은 농업예산에 해당하는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농업예산이 쪼그라드는 판국에 양특회계까지 결손이 생기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 “추가지원이 이뤄진다면 농업예산이 아닌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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