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안이라도 멧돼지 사살…ASF와의 싸움, 장기전 될 것”

입력 : 2019-06-12 00:00 수정 : 2019-06-12 23:38
사진=연합뉴스

일주일 새 ‘北 접경지’ 세번이나 찾은 이낙연 총리

1·5·8일 연이어 현장점검

군사분계선 남쪽 2㎞ 밑으로 넘어오면 사격 등 대처 당부

정부, 상황 ‘엄중 인식’ 반증 사람 통한 전파도 대비해야



비무장지대(DMZ)에서도 멧돼지를 사살할 수 있게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방역 현장점검을 위해 찾은 강원 철원의 김석인씨(53·갈말읍) 양돈농장에서 “DMZ 안에서의 사격은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어 교전수칙상 자제했지만, 군사분계선 남쪽 2㎞ 밑쪽으로 멧돼지가 넘어오는 게 분명하면 사살할 수 있도록 유엔사(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체수가 최소화돼도 좋으니 (사살 등 필요한 대처를) 제대로 하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현장점검에 동행한 신상균 육군 3사단장이 “민간인출입통제선 지역 멧돼지 개체수 통제를 위해 엽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보고하자 이같이 밝혔다. 이에 신 사단장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지침을 그렇게 받아서 전방 경계부대에 전파·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일 인천 강화 군부대 방문에선 “기존의 멧돼지 사살방식으로는 (멧돼지 개체를 줄이는 데)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며 개체수를 신속히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방부와 유엔사는 DMZ 일대에서 멧돼지 사살이 즉각 가능하도록 협의했다.

DMZ 안에서의 총기 사용은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이같은 지침을 내린 것은 정부가 최근의 방역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ASF가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이 지난해 8월인데 (지금까지) 11개월째 전혀 끝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5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ASF가 이미 개성까지는 왔다고 봐야 한다”며 “아직도 북한 자강도에만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멧돼지가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고, (북한에서 ASF가 한건만 발생했다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통보를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3일 열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는 “지금부터는 최고 수준의 방역태세를 가동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8일 현장방문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현종 철원군수,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 함용문 강원농협지역본부장, 이중호 춘천철원축산농협 조합장 등이 함께했다.

한편 국내에서 ASF 발생을 막으려면 사람에 초점을 맞춘 방역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 접경지역 14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야생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역 내 양돈농장에 펜스(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람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방역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여행객을 통한 불법 휴대축산물 반입이 근절되지 않는 데다 시중에선 수입이 금지된 중국산 돼지고기 가공품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방역 전문가는 “과거 구제역 사례를 보면 주로 해외여행객이나 외국인 근로자 등 사람이 발병원인으로 지목됐다”면서 “구제역처럼 ASF가 인재(人災)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사람에 대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철원=김윤호, 서륜·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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