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쌀 변동직불제 보완” vs “과잉생산 막기 위해 폐지”

입력 : 2019-03-15 00:00 수정 : 2019-03-15 23:53

[지상논쟁] 가격변동대응직불제

쌀 변동직불제 문제 보완 위해 대상 품목, 콩·보리 등 확대를

목표가격, 정치적 결정 아닌 시장원리 부합하게 설계해야

벼 재배 여부 관계없는 생산중립화 방식 전환 땐

AMS에 해당하는 예산 다른 품목 보호에 활용 가능

생산자 시장변화 둔감해져 쌀 생산 감소 않는 부작용 생겨

정부의 정책적 개입 따른 적정가격 갈등도 지속 예상

환경보호 활동한 농가에 직불금 주는 방식으로 개편을

변동직불제 폐지할 땐 농가경영 안정장치 고민해야



정부와 정치권에서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게 일고 있다. “정부가 현행 쌀 변동직불제를 보완·확대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이에 맞서 “시장왜곡이나 과잉생산을 유발하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구도다. 농업전문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는 최근 ‘가격변동대응직불은 나쁜 직불인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런 움직임을 쟁점화하기도 했다.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을 소개한다.



찬성

‘가격변동대응직불제’란 표현이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쌀 변동직불제를 생각하면 쉽다. 어떤 농산물의 목표가격(기준가격)을 정해놓고 실제가격(시장가격)이 그에 미치지 못할 때 일정한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농산물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했을 때 농가가 떠안게 될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다. 안정적으로 농사짓기를 바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도인 셈이다. 학계의 연구에서는 정부가 쌀 변동직불제를 시행한 결과 2만6000~3만4000㏊에 해당하는 쌀 생산증대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시중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변동직불금으로 손실이 보전된 덕분에 농민들이 쌀농사를 유지·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으론 이런 정책이 농산물 과잉생산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쌀이라는 특정품목에 직불금이 과도하게 편중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이런 문제인식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 방법이 바로 가격변동대응직불제라는 주장이 많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이 시대 농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농업의 가격리스크를 완화시켜 농가가 상품을 차별화하고 투자와 혁신을 단행할 수 있는 농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그 수단의 하나가 바로 가격변동에 대응하는 직접지불”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현행 쌀 변동직불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가격변동대응직불제의 대상품목을 콩·보리·고추 등 주요 작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또 그해 재배작물과 관계없이 기준연도 재배면적에 따라 직불금을 주는 생산 비연계 방식을 주장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리는 쌀에만 국한해, 그것도 생산과 연계된 방식으로 변동직불제를 시행하다보니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며 “미국은 2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 비연계 방식을 적용한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운용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쌀처럼 목표가격이 현재와 같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시장원리에 부합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가격변동대응직불제가 생산을 유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De-minimis)’로 분류돼 농업 총생산액의 10%(약 4조4000억원)까지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쌀에 특정한 변동직불금은 WTO의 감축 대상 농업보조총액(AMS)인 탓에 1조4900억원을 초과해 지출할 수 없다.

마두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행 쌀 변동직불제를 벼 재배 여부와 관계없이 생산중립화 방식으로 전환하면 AMS에 해당하는 예산을 채소·과일 등 다른 작목을 보호하는 데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반대

쌀농가 입장에서 변동직불제는 쌀값 변동에 따른 경영위험을 줄여주는 중요한 경영안정장치다. 하지만 이런 장점보다는 한계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쌀 변동직불제 등 가격변동대응직불제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과잉생산을 꼽는다. 수확기 가격이 떨어지면 목표가격에 근접하는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쌀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생산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농가가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도덕적 해이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쌀 변동직불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생산자를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쌀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생산이 줄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변동직불제로 인해 쌀 생산 증대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됐다.

사공용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쌀 변동직불제의 생산 증대효과를 면적 기준 3만4000㏊로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논 1만㏊에서 5만t의 쌀이 생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17만t의 과잉생산을 유발하는 셈이다.

정부가 가격문제에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한 적정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는 목표가격을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예산낭비와 자원배분의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서 가격지지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는 목적의 직불제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나온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은 “쌀 변동직불제는 중장기적으론 쌀 수급균형을 이뤄가는 방향에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농약이나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등 환경보호 의무를 지킨 농가에 더 많은 직불금을 주는 쪽으로 직불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농정개혁을 통해 우리나라와 유사한 쌀 변동직불제를 2014년 폐지하고 공익형 직불제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와 농촌의 활력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쌀 변동직불제 폐지의 대안으로 농가경영 안정을 위한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자동시장격리제·생산조정제·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 등이 거론된다. 이명기 농경연 연구위원은 “자동시장격리제 또는 생산조정제는 쌀 공급량 감축이나 쌀값 지지를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과 예산투입이라는 측면에서 변동직불제와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없는 농업수입보장보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 경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도 “쌀값 지지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농작물재해보험 운영의 노하우를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농업수입보장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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